사직야구장 상권에 '홈런' 날린 이대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부활로 부산 경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사진)의 복귀와 함께 지난해 8위라는 초라한 성적에서 벗어나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면서 사직야구장 주변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 불황으로 침체한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신바람 효과’까지 내고 있다.

신바람의 일등공신은 ‘이대호 효과’다. 이번 시즌에 복귀한 4번 타자 이대호 선수가 현재까지 타율 1위, 홈런 공동 1위, 타점 공동 3위에 오르면서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롯데는 9승5패로 KT 위즈와 함께 공동 2위다. 롯데가 순위판 상위에 자리한 것은 2013년 4월12일 이후 4년 만이다. 1992년 이후 25년 만에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즐거운 비명 지르는 상인들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야구 열기가 상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장 신바람 나는 곳은 사직구장 매장들이다. ‘압구정 비어’ ‘올떡볶이’ ‘남도 푸드앤’ 등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는 맥주와 어묵, 김밥, 닭강정, 삼겹살 등을 사기 위해 20~30명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압구정 비어 직원은 “올해 주말 경기가 있는 날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더 많이 매출이 오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사직구장 인근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직구장 정문 맞은편에 있는 튀김·떡볶이 가게인 ‘더 바삭’과 ‘안양해물탕’ ‘이가 돼지갈비’ 등은 경기가 끝나면 손님들이 몰려 지난해보다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롯데마트도 이달 1~11일 부산지역 매출만 전년 대비 10%(전국 평균 3.3%) 증가했다. ‘리얼스크린 야구존’ ‘스크린 야구왕’ 등 스크린 야구장도 네 곳이나 생겼다. 사직구장 2층에는 골프존의 ‘스크린 야구 무료체험장’이 생겨 야구장을 찾는 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야구장에서 자동차로 5~10분 거리인 동래지하철역 인근 식당도 야구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몰려들어 붐빈다.

◆“표 판매 30% 이상 증가”

가수 박현빈 씨는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사직구장에 지난해 발표한 ‘부산가자’를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로 선물했다. 그는 “내 노래 중 지역 이름이 들어가는 첫 곡”이라며 “화끈하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이 이 노래를 사랑해준다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중도 야구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14일 사직야구장 입장권은 2660석 가운데 2400여장이 팔렸다. 롯데야구단은 올해 관중 목표를 애초 8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서정근 자이언츠 홍보매니저는 “지난해 성적이 부진해 걱정했는데 이대호 선수 복귀 이후 사직구장을 떠났던 팬들이 돌아오면서 지난해보다 표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며 “응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사직구장이 세계 최대 노래방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