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로 예정된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어제 시작됐다. 각 후보들의 정책공약도 본격적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놨다 하면 수조~수십조 원짜리에, 구체적인 비용 규모나 조달 방안이 없거나 두루뭉술한 공약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봐도 그렇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10대 공약은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을지 판단할 수 있는 주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책 선거의 밑거름이 돼야 함에도 부문별 선언과 주장이 태반이고, 실천 방안은 부족하다. 벌써부터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에 5년간 약 21조원이 소요된다고 적시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재정지출개혁과 세입확대를 통해 마련’밖에 없다. 6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연 4조4000억원 추가 예산 필요), 청년구직촉진수당 지급(연 9500억원 소요) 등은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이 안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증액(5년간 약 10조원 추가 소요)한다고 했으나 재원 대책으로는 방산비리 근절 등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양성’ 등은 비용 규모를 내놓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혁신형 강소기업 육성으로 일자리 50만개 창출(약 4조5000억원 소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상당수 공약에 비용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바탕으로 지출 계획을 세운다. 하물며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후보들이 ‘공약가계부’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선심성 선거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퍼주기’식 공약이 남발됐던 게 역대 선거의 예다. 일종의 ‘정책 뇌물’이다.

후보들은 더 정교한 내용을 담은 공약집을 조속히 내야 하고, 유권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