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비해 아일랜드공화국 여권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고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TE는 아일랜드공화국 외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1∼3월 아일랜드공화국 여권을 신청한 영국민이 5만1천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303명에 비해 6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섬에서 영국 자치정부 북아일랜드와 접경한 아일랜드공화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공화국 여권을 소지한 영국민은 오는 2019년 3월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EU 시민권자로서 권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아일랜드공화국은 지난해 모두 6만5천 명의 영국민에게 자국 여권을 발급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2% 급증한 수치다.

북아일랜드 내전 종식을 가져온 1998년 '평화협정'은 북아일랜드 주민 180만 명에게 아일랜드공화국 시민권을 받을 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비해 영국 본토(그레이트브리튼 섬) 태생인 영국민은 부모 또는 조부모 가운데 적어도 한 쪽이 아일랜드 섬 태생이어야 아일랜드공화국 시민권을 얻을 자격이 된다.

이처럼 아일랜드공화국 여권을 신청한 영국민들이 급증한 것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는 물론 EU 단일시장에서 떠나는 등 EU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영국민이 EU 회원국으로 누려온 EU 원칙인 '사람 이동의 자유'가 더는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상대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거주권한 보장도 사전 확약 되지 않은 채 지난달 시작된 EU 탈퇴 협상에 맡겨졌다.

메이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각각 EU 탈퇴 통보 서한과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영국 내 EU 시민권자, EU 내 영국 시민권자의 현행 거주권한 보장 문제를 협상에서 우선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오는 2019년 3월 EU 탈퇴 협정이 최종 발효되기 이전까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진다.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시민들이 320만 명(2014년 기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아일랜드공화국(34만 명) 국민이 폴란드(83만 명) 국민 다음으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