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지난 2월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한 뒤 중국의 무차별 보복을 당해 지난달에만 그룹 매출 손실이 25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상반기 매출 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롯데의 분석이다. 중국 롯데마트 99개 지점 중 여전히 87곳(87.9%)이 문을 닫은 상태다. 강제 영업정지된 74곳은 언제 영업을 재개할지 알 수 없고, 불매운동 때문에 자율휴업 중인 점포도 13개에 달한다. 겨우 문을 연 12곳은 개점휴업과 다를 바 없다. 면세점 사업의 매출 타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이사회는 지난달 2300억원 해외법인 출자와 함께 1580억원 규모의 예금담보 제공을 긴급 결의했다. 사드 보복에 휘청이는 중국 사업을 임시방편으로나마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정지 상태에서도 임금과 경상경비 지출은 계속 이뤄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본사 지원 자금도 곧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수습해보려던 신동빈 롯데 회장의 계획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진작 무산됐다. 롯데그룹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롯데 경영비리 수사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화살이 재계를 직접 겨누면서 신 회장은 수개월째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지금 롯데의 고난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 비상식적 보복을 당해 중국 사업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한국 정부는 상황이 이렇게 악화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의 위기를 정부는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물론 최근 정부의 대중·대미 외교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