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 모자 역으로 나오는 최수종(왼쪽)과 선우용여.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 모자 역으로 나오는 최수종(왼쪽)과 선우용여.
“이제껏 숱한 작품을 해왔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듯 긴장이 되네요.”

‘국민배우’ 최수종이 8년 만에 무대에 선다. 다음달 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다. 집을 나간 지 15년 만에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온 아들 종우 역을 맡았다. 12일 서울 이화동 JTN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험한 삶을 살며 받은 상처를 숨기려 공연히 껄렁껄렁하고 반항적인 말을 쏟아내는 아들 역할”이라며 “모범생 최수종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종이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1997년 ‘서울열목어’, 2009년 ‘대한국인 안중근’에 이어 세 번째다. ‘선녀씨 이야기’는 경남 거제에서 활동하는 이삼우 극단 예도 상임연출가의 창작극이다. 2012년 제30회 전국연극제(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과 희곡상, 연출상, 연극상 등을 휩쓸었다.

“4년 전 거제에 내려가 직접 ‘선녀씨 이야기’를 봤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뒤 동료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연극을 다시 한다면 이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마침내 제가 그 작품에 출연한다니 설렙니다.”

종우는 어머니의 삶을 돌아가신 뒤에야 이해하게 되는 아들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반항하다 가출해 거친 세상을 떠돌다가 15년 만에야 어머니의 영정 앞에 선다. “연극은 종우의 시선에서 관객들을 어머니 선녀씨의 삶 속으로 이끕니다. 종우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요. ‘선녀씨. 참 고생 많으셨지요. 무식한 나무꾼 만나서 고생만 하다 가신 거 아닙니까? 내 엄마 얼굴을 이리 오래 본 적이 있는가 싶네요. 근데 엄마. 내 엄마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라고요.”

종우의 어머니 이선녀 역은 2년 전 뇌경색을 앓았던 데뷔 53년차 중견배우 선우용여가 맡았다. 최수종은 “엄마(선우용여)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대사가 정말 많다”며 “초등학교에서 글자를 처음 배운다는 입장으로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대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난처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좀 거친 욕설이 들어 있어 차마 말할 수가 없네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장면에서 하는 대사인데, 처음 연습할 때는 그 대사를 입밖으로 내지도 못했습니다. 연출가가 당황해 왜 그러냐고 물을 정도였죠. 거친 종우를 이제 절반 정도 닮게 된 것 같습니다. 남은 기간 100%의 종우가 돼 선녀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공연은 다음달 6~21일, 7만7000~8만8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