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어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에서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청년 추가고용 지원 등 5대 중소기업 육성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고용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청년 두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채용 직원의 임금(최대 2000만원)을 정부가 3년간 지원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지만 중기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정작 중요 관심사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노동유연성 확보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근로시간 단축법안만 해도 그대로 시행되면 중소기업은 연 8조6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판이다. 오죽하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문 후보에게 “(공약들을) 노동개혁과 연계해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을까.

다른 대선주자들의 중소기업 공약도 오십보백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어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이상으로 인상, 대기업의 80% 선까지 중소기업 임금 지원 등 청년 및 중소기업 공약을 발표했다. 경쟁력 강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짚지 않은 채 표를 얻기 위해 내놓았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하지 않은 후보가 어디 있었나. 가깝게는 18대 대선에서 격돌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각기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했었다. 그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정부가 연간 수십조원을 수십년간 중소기업 지원에 쏟아부어 왔지만 나아진 게 무엇인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의 ‘퍼주기식’ 지원은 오히려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막았고, 자생력 약화와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져 왔다.

중소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가장 큰 요인은 갈수록 벌어지는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다. 작년엔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 56.7%(제조중소기업 기준)에 불과했다. 1차적 원인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과보호에 있다. 유연성을 잃은 고용시장 탓에 생산성이 추락해 그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업체(중소기업)에 전가된다. 그 결과가 대·중소기업 양극화라는 사실을 정치권은 정말 모르는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공법이 제일 빠르고 낫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진짜 방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좀비기업’ 정리)과 노동개혁(노동 유연성 확보), 규제혁파뿐이다. 인기 없지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후보에게 유권자들도 표를 몰아줘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살고 대한민국 경제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