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보일듯 말듯′…스마트폰 유출의 비밀
[이진욱 기자] '연애의 기본은 밀당'이란 말이 있다. 밀당은 '밀고 당기기'의 준말로 남녀 관계의 미묘한 심리 싸움을 의미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 상대를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게 목적이다.

이러한 밀당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도 존재한다. '유출 마케팅'이란 다른 이름으로 말이다. 특히 스마트폰 업계가 대표적이다.

◆신제품 유출 마케팅…소비자에게 나쁠 게 없어

유출 마케팅은 예고편(teasing)과 유출(leaking)로 나눠진다. 예고편은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유출은 제조사가 연관성을 부인하는 마케팅이라는 게 차이다.

일단 유출은 제조사들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들의 공식적 입장은 '실수' 아니면 '모름'이다. 의도치 않은 노출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드물다. 유출되는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LG G6 유출 이미지/출처=폰아레나
LG G6 유출 이미지/출처=폰아레나
업계에선 미출시된 신제품의 유출을 제조사의 엄연한 마케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품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나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출 정보는 주로 해외 IT전문매체, 전문블로거를 통해 공개된다. 정보제공자(팁스터·Tipster)로부터 받아쓰는 식이다. 추정 이미지, 컬러, 추가 기능 등 내용은 다양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일단 디자인부터 조금씩 유출시킨다. 제조사들이 최초 정보제공자가 되는 셈"이라며 "신제품 출시가 가까워지거나 관심에서 멀어진다 싶을 때 유출 마케팅 횟수가 잦아진다"고 말했다.

전략적 유출은 예고편에 비해 소비자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감출수록 더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전에 가수들이 많이 활용한 신비주의 전략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8 유출 이미지/출처=슬래시릭스
삼성전자 갤럭시S8 유출 이미지/출처=슬래시릭스
◆출시전 시장 반응 체크…유출 수위 조절 관건

유출 마케팅의 포인트는 신제품의 일부를 출시전까지 지속적으로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다. 단 신제품의 핵심 기능을 세세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신제품의 핵심 기능이나 사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공개일에 발표해야 임팩트가 있다고 봐서다. 제조사들이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유출엔 관대하면서 핵심 기능 보안은 철저히 지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 갤럭시 S8만 해도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 등은 진작에 알려졌다. 하지만 핵심 기능인 AI 음성비서 빅스비에 대한 세부내용은 지난달 공개 전까지 유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보안에 신경을 쓴 결과다.

제조사들은 신제품의 전략적 유출을 통해 출시전 시장 반응을 체크할 수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기능이나 디자인은 수정의 여지도 생긴다. 혹 수정이 불가능하더라도 대안은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중국 포털 바이두의 마이크로 블로거 저우첸야는 폭스콘 공장을 출처로 밝히며 아이폰8의 금속프레임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중국 포털 바이두의 마이크로 블로거 저우첸야는 폭스콘 공장을 출처로 밝히며 아이폰8의 금속프레임 사진을 공개했다.
유출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이다. 애플은 언론에 의도적으로 아이폰에 관한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폰4과 아이폰5가 그랬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신비주의가 지금까지 시장에게 먹히는 이유를 '전략적 유출의 결과'라고 정의할 정도다.

전략적 유출의 핵심은 수위 조절이다. 실패하면 역풍을 맞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 LG전자가 그랬다. 2015년 LG전자는 스마트폰 'G4' 공개를 앞두고 디자인과 구체적 사양을 통째로 유출시켰다. 업계에선 유출 경위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소비자 간보기'로 인식했다. 이는 G4의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사용 빈도가 높고 비싸며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교체도 잦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제조사 간 혁신 기술 경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추세라서 유출은 필수 마케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