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갑을 이분법적 논리로 재단 안돼…법 개입보다 업계 자정에 맡겨야
지난달 30일 프랜차이즈분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이나 부당한 거래 거절에 대해 가맹점주는 세 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직도 19개 개정안이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경제적 약자의 불만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과거 준비 없이 프랜차이즈시장에 뛰어들어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떠넘기던 몰상식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구태 행위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유독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만 이토록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이 쏟아져 나올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맹본사는 강자, 가맹점은 약자라고 보는 이분법적 논리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사업방식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큰 혁신적인 아이디어 사업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프랜차이즈를 육성하거나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자국에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은 도입 40년 만에 시장 규모 100조원, 고용인원 140만명의 거대 산업분야로 성장해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위기 시절, 일자리 창출과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 등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면서 프랜차이즈는 비약적인 성장기를 맞았다. 그러나 성장통이 찾아왔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면서 2002년 가맹사업법이 제정됐고, 이 법은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법이 됐다. 이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채택되면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분야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관련법 강화라는 판단은 완전한 착각이다. 당사자 간 자정 노력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법의 개입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일방통행 방식은 난센스다.

프랜차이즈산업에 가해진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면 프랜차이즈 종사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합리적인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무조건적인 성장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충분히 이행하는 성숙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협약 제도를 통해 본사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소통한다면 분쟁 없이 협력하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다. 법과 제도 강화에 의존해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신뢰의 가치로 성장을 함께 나누는 상생이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의 문화로 자리잡기를 소망해본다.

박기영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