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6] 출발은 2007년 5자구도와 '닮은꼴'…10년 전엔 MB 독주, 이번엔?
차기 대통령 선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수도권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후보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은 4일 후보를 확정한다. 이미 안철수 전 대표로 굳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미 정해진 상태다.

이번 대선은 이같이 5자 구도로 출발한다. 현재 1강1중3약의 구도다. 대세론을 앞세운 민주당 문 후보가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 후보가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홍 후보와 유 후보, 심 후보는 낮은 지지율에 갇혀 있다.
[대선 D-36] 출발은 2007년 5자구도와 '닮은꼴'…10년 전엔 MB 독주, 이번엔?
◆2007년 대선과 비슷한 구도

이번 대선은 사실상 5자 구도로 치러진 2007년 대선과 ‘닮은꼴’이다. 유력 후보가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빼면 대선 흐름은 비슷하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한 가운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크게 뒤처진 채 추격전을 벌였고,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뒤를 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40%대)의 ‘판박이’다. 안철수 후보와 정동영 후보(20%대), 홍준표 후보와 이회창 후보(10%대), 유승민 후보와 문국현 후보(5% 안팎), 심상정 후보와 권영길 후보(3%)는 지지율에서 비슷하다. 후보 연대가 무산된 2007년 이명박 후보가 48.6%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 후보는 26.1%를 얻는 데 그쳤고 이 후보(15.1%), 문 후보(5.8%), 권 후보(3%)가 뒤를 이었다. 후보 단일화 등 ‘비문(비문재인)연대’가 무산되면 2007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세론’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의미다.

◆후보 연대가 승패 가를 변수

결국 대선판을 흔들 최대 변수는 후보 연대다. 대세론과 역전승을 가를 유일한 변수다. 연대 성사 여부에 따라 대선 구도는 5자 구도가 될 수도 있고, 양자 구도가 될 수도 있다. 당장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는 ‘보수 연대’와 ‘보수+중도 연대’다. 보수 연대는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단일화다. 두 후보 모두 새누리당 출신으로 보수 깃발을 들었다. 진통을 거듭하겠지만 결국 단일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수진영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여의치 않다. 단일화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뭉치면 구도는 4자 구도로 좁혀진다.

다음 단계는 보수 후보와 안 후보의 연대다. 성사 여부는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와 보수 단일후보의 약진 여부다. 안 후보가 중도와 일부 보수 표심을 얻어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한다면 4자 구도가 끝까지 갈 개연성이 있다. 보수 후보 지지율이 20% 이하로 묶일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수진영이 무너진 상황이라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거꾸로 안 후보 지지율이 30%를 넘기지 못해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 후보에겐 돌파구가 필요하다. 보수진영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물밑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당과는 아직 채널이 없는 상태다. 보수와 중도의 단일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다. 단일화의 뚜렷한 명분을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결국 안보와 경제 등 각종 정책현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연합정부 구성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영·호남 연합정부’를 명분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로선 지지기반인 호남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방정식인 만큼 성사된다면 파괴력도 크다. 승부를 예단키 어려운 박빙승부로 갈 수도 있다.

◆연대에 미칠 변수는

후보 연대에 영향을 미칠 몇 가지 변수도 있다. 10% 정도로 알려진 ‘샤이 보수(보수 후보를 지지하지만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향배,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의 투표율과 표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에 따라 표심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