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공 EY한영 자문위원 "외다리 타법·뱀샷…골프는 '나만의 솔루션' 찾는 게임"
김수공 EY한영회계법인 자문위원(63·사진)은 이름이 여섯 개다. 골프 구력 20년 동안 다섯 번 이름을 바꿨다. 물론 실명이 아니라 골프백에 붙이는 이름이다. 100돌이 때 ‘김백점’을 달고 다녔고 90돌이 때 ‘김팔공’, 80돌이 땐 ‘김칠영’을 적어 넣었다. “목표를 즐겁게 이루고 싶었다”는 그의 이름 편력은 ‘김이븐’을 지나 ‘언더김’에서야 종지부를 찍었다. 1언더파, 나이 57세에 처음 내디딘 신세계다. 그는 “그날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골프를 치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골프, 솔루션 찾는 긴 여행

김 위원은 늦깎이 골퍼다. 농협 지점장 승진을 앞둔 마흔네 살 때 처음 클럽을 잡았다. VIP 고객과 친해지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골프였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외다리 타법, 뱀샷 타법 등 흥미로운 그의 골프를 보고 싶어 하는 고객팬이 늘었고, 수신액도 덩달아 뛰었다. 그는 “전국 꼴찌였던 목포의 한 지점을 전국 2위로 끌어올린 비결이 골프였다”고 말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한 건 친구들 덕분이다. 80타대를 치던 친구들이 ‘명랑 100돌이’의 잠자던 승부기질을 건드렸다. “판판이 졌으니 자존심이 상했죠. 1일 3타를 하자고 생각하고 독하게 연습했습니다.”

오전 6시에 자고 있는 연습장 주인을 깨워 1시간(1타), 점심 때 1시간(2타), 퇴근 후 1시간(3타), 이렇게 하루 세 시간씩 공을 쳤다. 필드에 나간 지 꼭 23개월 만에 싱글에 들어갔다.

그는 “동반자와 캐디들이 재밌다며 큰소리로 골프백에 붙여놓은 이름을 불러줬다”며 “그때마다 목표치가 이미지처럼 머리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에게 골프는 목표 달성을 위한 솔루션 찾기 여행이다.

◆“굴리면 골프가 쉬워져요”

그의 폼은 동반자들을 유쾌하게 한다. 한 발로 서서 냅다 지르는 경우가 많아 ‘외다리 고수’라 부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떼굴떼굴 굴러가는 샷을 자주 구사해 ‘뱀샷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친구도 있다. ‘폼생폼사’ 대신 실속 골프를 치면서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특기인 뱀샷도 그렇게 완성됐다. 나이가 들면서 거리가 짧아지자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그는 “그린을 공략할 때 공이 잘 굴러서 올라갈 수 있는 ‘그린 게이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낮은 탄도로 굴리는 샷은 좌우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도 실전에서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반발 드라이버나 우드를 쓰지 않는다. 대신 3번, 4번 아이언을 즐겨 사용한다. 구입한 지 18년 된 그의 비밀병기다. 역시 ‘굴리기 신공’에 요긴하다.

“200m 정도 되는 파3를 4번 아이언으로 낮게 친 뒤 그린 20~30m 앞에 떨궈 굴려 올리면 동반자들 입이 쩍 벌어진다”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질 줄 알아야 진짜 골프

김 위원은 골프 예찬론자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자신감과 건강을 선물한 게 골프이기 때문이다. 주변엔 그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사람이 많다. ‘운동도 안 되고 돈만 까먹는 골프를 뭐하러?’라고 반문하는 지인들에게 그는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 말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그의 아내도 그중 한 명이다. 그의 아내는 “꿈쩍도 안 하던 나를 끈질기게 설득한 게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일”이라고 말한다. 똑같이 홀인원 두 번씩을 경험한 부부는 죽기 전까지 골프를 함께 치자는 공동 목표도 세웠다.

골프에서 배운 인생수칙은 든든한 자산이다. 애매하면 돌아가라다. 확신 없는 도전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믿음이다. 목표는 늘 곁에 두고 새기라는 게 두 번째다. 그래야 목표 달성이 빨라진다. 세 번째는 골프 잘치는 사람을 곁에 두라다. 그냥 잘치는 골프 기술자가 아니다. 질 줄 아는 포용력을 갖춘 골퍼다. “내가 재밌어 죽겠어봤자 뭐합니까, 동반자가 즐거워야죠. 이기지 말고 져 보세요. 골프가 더 재밌어집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