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훈풍을 타고 기업 경기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이 석 달째 올라 79를 기록했다. 2015년 4월(80) 후 23개월 만의 최고치로 메르스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14년간 BSI 장기평균(80)에도 거의 근접했다. 대기업(2월 83→3월 85)보다 중소기업(66→71), 내수기업(72→78)의 회복세가 두드러진 점도 고무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매출 600대 기업의 4월 BSI 전망치도 93.3으로 두 달째 올랐다. 괄목할 만한 변화다.

경제비관론이 팽배한 와중에 제조업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은 수출이 작년 11월부터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이만한 호재도 없다. 그간 탄핵과 조기대선,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 4월 위기설까지 파다했던 데 비해 놀라운 반전이다. 수출 회복이 생산·투자 증가와 주가 반등을 이끌어 꽁꽁 얼어붙었던 경제주체들의 심리까지 녹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덕에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두 달째 올랐다. 본격 회복세는 아니어도 바닥을 친 듯하다.

물론 내수부진과 고용절벽, 가계부채는 여전히 위험요인이다. 밑 빠진 독이 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겨우 미봉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핵도발이 우려되고 외교 부재에 따른 기회손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이 확성기를 튼 듯 떠벌여온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은 결코 아니다. 정치가 어수선한데 경제가 잘될 리 있겠느냐는 색안경을 끼고 보니 경기판단에 오류와 오판이 생긴다. 이제라도 비관편향에서 벗어나 실물과 심리지표의 신호를 주목할 때다.

돌이켜보면 최근 경기심리 반전은 경제가 정치의 손을 덜 탄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이 탄핵과 조기대선에 정신이 팔려 기업을 압박하지 않는 동안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정치가 잠든 사이에 큰다. 하지만 대선 이후 정치권은 또다시 알량한 지식과 자의적인 정의감에 상법 개정,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을 옥죄려 들 것이다. 모처럼 살아난 불씨마저 꺼뜨릴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