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29일 “시베리아 횡단철도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제안한다”며 “극동지역에서 한국과 협력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송강포럼에서 ‘러시아의 대외정책과 한러관계’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1990년 수교후 한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와 양국간 포괄적 경제협력 등 선린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측에 시베리아 석유개발과 극동지역 항구에서 운송 서비스 등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연결 통로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2년간 양국 교역량이 줄고 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극동지역의 농업과 의료분야 협력뿐 아니라 우주평화개발, 문화·교육 교류 등 친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티모닌 대사는 “2014년 한-러 비자면제협정이 발효된 이후 양측 관광객이 30% 이상 증가했다”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많은 러시아 관광객이 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제1차 유라시아국회의장회의가 양국 관계발전과 의회간 교류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제2차 회의는 올해 서울에서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1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는 지난해 4월 모스크바에서 ‘21세기 유라시아 국가의 공동번영을 위한 의회간 협력’을 주제로 열렸으며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아프가니스탄, 체코,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태국, 파키스탄, 몽골, 베트남, 아르메니아, 중국 등 16개국의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시위사태에 대한 질문에 티모닌 대사는 “반정부 시위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일부분이 자기 의견을 낸 것이고 이는 민주 국가에서 보편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내년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출마하는지에 대해서는 “러시아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피해 갔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대는 거듭 제기했다. 티모닌 대사는 “미국 미사일방어(MD)의 일환인 사드가 한반도 배치되려 하는데 이는 러시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동북아 긴장 고조 등 부정적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이웃나라의 경고에도 위험한 핵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동시에 평양을 공격하는 연습인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며 “당사국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현상황에서 벗어날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긴밀히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한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와 관련해 티모닌 대사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 대부분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와 관계에서 어떤 것을 도모하면서 필요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데 있어 제재는 가장 적절하지 않고 건설적이지 않은 수단”이라며 “역사상 제재가 긍정적 성과를 얻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이후 미·러 관계가 개선되리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상호 존중하는 호혜적 관계에서 미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티모닌 대사는 2012년부터 3년간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내고 2014년 곧바로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로 부임하는 등 29년째 한반도에서만 근무한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남한과 북한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국민들이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었다”며 “이산가족 만남을 봤을때 한민족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개방적이고 낙관적이며 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인 문제(통일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송강(松崗)은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호로 그의 아들인 구자열 LS 그룹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송강재단이 송강포럼을 지원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