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콧대 낮춘 애플, '반값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폰도?
[이진욱 기자] 애플이 아이패드 신제품을 반값에 내놨다. 제품 가격에 '애플세'라는 프리미엄이 따로 붙는다는 말이 돌만큼 고가 정책을 고수했던 애플이었다. 때문에 이번 '반값 아이패드'는 파격적이란 평가와 동시에 애플의 향후 가격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애플은 최근 310만 픽셀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데스크톱 수준의 64비트 아키텍처를 갖춘 A9 칩이 탑재된 9.7인치형 아이패드를 사상 최저가인 329달러(약 37만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성능의 아이패드 프로 9.7인치 모델이 729달러(약 82만원)란 점을 고려하면 반값도 안되는 셈이다.

필립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은 "아이패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태블릿"이라며 "고객들이 더 적당한 가격에 아이패드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가장 인기 있다"는 말과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블릿 자체가 안팔리고 있단 의미다.

◆ 스마트폰에 치이고 노트북에 밀려…싼 가격으로 승부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반값 아이패드는 태블릿PC 시장을 대변한다. 태블릿은 2010년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2014년 이후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태블릿이 5년안에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스티브 잡스의 예언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태블릿PC 출하량은 5290만대로 전년보다 20.1% 감소했다. 9분기 연속 감소다. 1위 애플은 18.8% 감소한 1310만대, 2위 삼성은 11.4% 줄어든 800만대를 출하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 콧대높은 애플도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 싸게 많이 파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애플은 DNA라 할 수 있는 고가 전략을 잠시 버렸다. 휴대성에서 대화면 스마트폰에 밀리고 성능에선 노트북에 치이니 선택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애플의 반값 아이패드가 실제 판매 증진을 불러올지는 의문이다. 태블릿 시장 전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어 반짝 판매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T전문 컨설팅업체인 가트너는 올 초 보고서를 통해 2017년 태블릿 선적대수가 1억6500만대로 지난해보다 300만대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8 예상 이미지
아이폰8 예상 이미지
◆ 스마트폰, 고가 전략 그대로… '아이폰8' 최고가격 전망

업계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 파격 인하가 아이폰 가격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의 최근 행보를 보면 오히려 고가 전략 강화에 가깝다.

지난해 애플은 성장동력 역할을 한 중국에서 처음으로 아이폰 점유율이 떨어지는 쓴맛을 봤다. 오포와 비보를 보유한 부부가오그룹 설립자 돤융핑이 애플의 '고가 전략'을 패착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지만 애플은 흔들림이 없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중국 연구개발 센터 두 곳을 추가로 설립하고 현지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이 같은 계획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고가 전략을 지속해 중국 시장에서 다시 점유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의 가격은 1000달러(약 112만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까지 출시됐던 아이폰 중 가장 비싼 가격인 ‘아이폰7 플러스 256GB’의 969달러보다 더 비싼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할 때마다 꾸준히 가격을 올렸다. 프리미엄 가격대의 제품 위주로 판매해 수익률은 매년 상승 중이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449억9700만달러(50조396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애플이 고가 전략을 버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