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공장 자동화한 아마존, 일자리는 더 늘어났다
4차 산업혁명 강의를 하다 보면 항상 일자리 감소와 관련한 질문을 받는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 여파로 2020년까지 세계에서 710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일자리 500만개가 소멸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도 일자리 감소 공포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전국 345개 톨게이트 전부를 스마트톨링(smart tolling)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5818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운명이다. 자율주행자동차 발전도 일자리 측면에서 암울하다. 택시기사 27만7000명, 버스기사 13만3000명, 화물차 운전자 25만9000명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뭇 두려움이 밀려온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1970년대 후반 버스 차장(안내양)이 사라졌고, 1980년대 활자를 원고대로 조판한 신문사의 식자공, 1990년대 전화교환원, 2000년대에는 영화관의 영사기 기사와 영화간판을 그리는 화가들이 자취를 감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필자는 확신을 갖고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평가받는 아마존을 살펴보자. 아마존은 도서와 CD, DVD 등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했다. 신발, 보석, 식품, 의류 등을 팔더니, 전자책 킨들,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늘렸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음성비서 역할을 하는 알렉사까지 세상에 내놓았다.

아마존은 2012년부터 물류창고 시스템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이 사용한 물류 로봇은 3만~4만5000개에 달한다. 기술 발달로 일자리가 줄었을까. 아마존은 4년 동안 인력을 50% 늘렸고,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1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세계적으로 늘려가겠다고 했다.

일자리 증가의 비밀은 이렇다. 기존 물류창고 시스템은 물건을 적재하는 선반을 고정하고, 사람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오르내리며 물건을 쌓고, 물건을 주문받으면 다시 선반에서 해당 물건을 꺼내 포장하고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아마존은 정반대로 비고정식 선반을 설계했다. 가로·세로 1m, 높이 2m 크기의 선반에 물건을 채우고,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집안의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운반로봇(기바로봇)이 센서를 따라 주문된 선반 밑으로 들어 물건을 꺼내는 작업자 앞으로 선반 전체를 이동시킨다.

작업자는 물건을 꺼내 포장센터로 이동만 시키면 된다. 운반로봇은 다시 선반을 최초 장소로 이동시켜 자신의 임무를 끝낸다. 만약 선반에 재고가 부족하면 자동으로 적재 부서로 이동해 다시 물건을 채우고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인 ‘물건을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찾거나 무거운 선반을 이동시키는 일’을 담당했고, 사람들은 로봇이 잘하지 못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포장하는 일에 특화한 것이다.

로봇 공학도인 미국의 한스 모라베크는 ‘모라베크의 역설’을 정립했다. 사람에게 쉬운 것은 때론 컴퓨터에게는 어렵고, 반대로 사람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는 무척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아마존 물류창고 시스템은 모라베크의 역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아마존은 자동화를 통해 운송비를 줄였고, 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고객이 더 많이 몰려들게 했다. 수요는 당연히 늘었고 일자리는 자연스레 증가했다.

아마존의 특별한 사례를 확대 해석하는 것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 센서와 같은 4차 산업혁명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직업을 앗아가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우리의 직업을 양산해주기도 할 것이다. 현재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는 우리의 일자리에 분명 영향을 끼쳐 어제와 똑같은 형태의 일자리는 계속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 사례에서와 같이 로봇과 인간이 협업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비하고 변화하는 스스로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박성준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