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P2P렌딩)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해외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 하나HSBC생명 행복나눔 마라톤 행사 모습.
크라우드 펀딩(P2P렌딩)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해외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 하나HSBC생명 행복나눔 마라톤 행사 모습.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저금리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의 간접운용자산이 172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주식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연평균 금리는 1.48%였다. 작년 시중은행의 실질이자율은 세전 0.4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손해란 인식이 팽배하면서 투자자들은 펀드와 투자일임, 신탁 등 간접운용자산에 눈을 돌리게 됐다.

부동산펀드 수익률 작년 8.82%

누구나 손쉽게, 소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간접투자는 개인에게 매력적이다. 고령화와 저성장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패’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하지만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도 은행 이자보다 다섯 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투자는 투잡보다도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변동성이 낮은 데다 실물자산이라는 장점이 있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대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 수익률은 8.82%로 전체 펀드 수익률 2.82%의 세 배를 웃돌았다. 부동산펀드는 어떻게 이런 수익을 올릴까. 부동산펀드 대부분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운용사의 자금으로 빌딩 등을 매수, 이에 따른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임대형’이다. 운용사가 투자자 자금으로 직접 개발에 나서는 ‘개발형’도 있고,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이에 대한 이자수익 등으로 배당하는 ‘대출형’도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부동산펀드 개념은 아니지만, 사실상 부동산에 쉽게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부동산P2P금융(P2P-Lending)이다. P2P금융은 P2P대출이라고도 불리는데, 개인이 필요한 자금을 다수가 빌려주고 그에 따른 원리금을 받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0억원의 부동산을 담보로 P2P금융을 통해 5억원을 10%의 이자로 빌리려고 한다. A가 P2P금융플랫폼에 대출을 신청하면 P2P금융회사는 이에 대한 담보 심사 및 리스크 평가를 하고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5억원짜리 연 수익률 10%(1~2% 수수료 제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에 해당하는 원리금 수취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는 부동산담보대출로 인해 원금과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약 연체가 2회 이상 발생해 부실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의 원리금 수취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약정한 NPL매입기관에 대출채권을 매각, 이를 투자자에게 배분하거나 경매를 통한 배당으로 배분하게 된다.

P2P금융의 장점은 과정이 간편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연 20~30%대의 저축은행·대부업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이들과 은행의 저금리와 주식의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10% 안팎의 금리와 수익률을 바라보고 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P2P 부도율 0%

부동산 담보 P2P대출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P2P대출이 일반화된 미국에서 5년 동안 부동산 관련 P2P는 부도난 사례가 없다. 2015년 미국 주요 신용 P2P대출 기업의 평균 부도율은 7.81%로 나타났지만, 안전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P2P대출은 부도율 0%를 유지했다. 2015년 현재 부동산 사업자금 전문 크라우드 펀딩 기업인 리얼티모굴은 약 3000억원의 누적 투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최초의 부동산 담보 P2P대출 전문기업인 패치오브랜드는 약 2000억원의 누적대출액을 기록 중인데, 두 회사 모두 부도율 0%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 기반의 P2P대출과 달리 부동산이라는 담보가 있어 채무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부동산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도율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사모펀드 입장에서 봐도 P2P금융 상품은 매력적이다. 확정이자가 있고 담보가 있으며, 이미 P2P금융회사에서 1차적으로 리스크 평가를 거친 상품이다. 이런 상품에 대해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P2P금융회사의 대출채권에 투자하게 되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부동산담보전문 P2P금융 업체의 평균 수익률은 12%를 웃돈다. 부실률은 모두 0%를 기록하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 규제 곧 풀릴 듯

[한경 BIZ School] P2P로 더 넓어진 부동산 간접투자
아쉬운 것은 아직 기관투자가가 사모펀드를 통해 P2P금융회사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이는 사모펀드 가이드라인의 금지사항인 ‘개인대출’에 해당된다며 투자를 불허한 바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모펀드가 해외 P2P금융회사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다. JB자산운용 등이 운용 중인 ‘US핀테크인컴펀드’는 미국 소상공인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렌딩클럽 등 미국 P2P업체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6%대 수익률을 올리며 지금까지 3000억원 이상 판매됐다. 일종의 역차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투자자가 P2P금융회사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 규제가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투자전문성을 보유한 기관투자가가 검증한 상품을 통해 투자한다면 개인투자자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 전망을 동결 또는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한국은행이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1.00%(현재 1.25%)로 내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올해도 저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당국도 이런 추세를 감안해 사모투자 재간접공모펀드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사모펀드의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해 사모펀드 시장은 비약적 성장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펀드와 부동산P2P금융 등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부동산 불패란 인식이 아니라 상품의 가치와 안전성을 분석해 투자해야 한다.

김항주 < 투게더앱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