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랑의 발명 - 이영광(1965~)
공원에 가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수줍은 연인도 있고, 활달하게 뛰는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부부도 있습니다. 함께 오랜 시간 늙어 닮아간 노부부도 있습니다. 그들 각자에겐 사랑의 역사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랑은 물에 젖듯이 천천히 시작됐을 것이고, 어떤 사랑은 갑자기 타올라 산불처럼 번졌을 것입니다. 이 시의 ‘너’는 사는 일이 고단합니다. 살다가 못 살겠으면 이대로 죽어버리겠다고 위협도 합니다. 어떤 사랑은 그럴 때 시작됩니다. 어떤 사랑은 삶과 무관하지 않고, 죽음과 무관하지 않고, 우리를 살리고, 마침내 살아가게 합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