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제공 LG전자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제공 LG전자
17일 방문한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은 165만5000㎡(51만3000평) 크기의 디스플레이 생산단지다.

이 사업장에서는 대형 TV용 LCD 및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LCD 생산라인인 7세대 공장 (P7), 8.5 세대 공장 (P8, P9)을 비롯해 OLED 생산라인(E3, E4)과 모듈 공장을 운영중이다. 또 연구개발을 위한 R&D센터도 들어서있다.

파주 사업장에 들어서니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이 265미터, 높이 86미터에 달하는 LCD 패널 생산라인인 'P9' 공장이다. 이 건물은 아파트 30층 높이지만 내부는 단 6개층으로 이뤄졌다. LCD 패널을 제조하는 각종 설비의 높이가 10여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한 층의 높이가 일반 아파트 4~5개 층과 맞먹는다.

◆나노셀, 편광판에 직접 적용…LG전자·LGD, 5년간 연구개발

P9 공장은 8.5 세대 LCD 생산라인과 대형 OLED 생산라인 등을 갖춘 LG디스플레이의 최첨단 생산공장으로 2200mmX2500mm 크기의 원판유리 기판이 사용되고 있다. 이 유리기판 2장 사이에 사이에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액정을 넣어 LCD 패널을 완성한다.

유리기판 한 장에는 컬러 필터가, 나머지 한 장에는 액정을 제어하기 위한 반도체 막이 입혀져있다. 이 LCD 패널에 편광판과 각종 회로 등을 부착하면 LCD 모듈이 완성된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측 설명이다.

나노셀은 편광판에 직접 적용된다. 편광판에 나노 크기의 물질을 덧입히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TV에 적용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5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 TV에 적용되는만큼 성능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노셀TV는 양산성이 뛰어나다. 기존 편광판 대신 나노셀이 적용된 편광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공정을 추가하거나 제품의 설계를 변경할 필요없다. 이론적으로는 현재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디스플레이를 나노셀 디스플레이로 생산할 수 있다.

P9 공장은 무인화 공정률이 80% 수준이다. 웬만한 작업은 자동으로 이뤄진단 얘기다. 반도체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인 '노광기'가 위치한 클린룸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클린룸 내부에는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거대한 로봇 팔만이 유리기판을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미세먼지 하나라도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셀TV는 퀀텀닷 필름을 사용하는 것보다 원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TV 제조업체 스카이워스, 콩카 등으로부터 나노셀 디스플레이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올해 프리미엄 LCD TV에서는 나노셀 진영과 퀀텀닷 진영이 치열한 화질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셀, LCD TV 3세대로 분류…패널 개선해 색 재현력 높여

나노셀은 LCD 패널 위에 약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덧입힌 기술이다. 색의 파장을 나노 단위로 더욱 정교하게 조정해 보다 많은 색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지구의 크기를 1미터라고 가정할 때 축구공 하나의 크기가 1나노미터 정도다.

기존 LCD TV는 빨간색의 고유한 색 파장에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 다른 색의 파장이 미세하게 섞여 실제와 다른 빨간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나노셀은 이러한 노란색과 주황색의 파장을 흡수해 실제와 가장 가까운 빨간색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나노셀은 패널에 직접 적용되기 때문에 현존하는 LCD TV 고색재현 기술 중 가장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있다. 일반적으로 LCD TV에서 색 재현력을 높이는 방식은 기술이 적용되는 위치에 따라 세대를 구분 할 수 있다.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LG전자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LG전자
1세대는 백라이트 유닛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광원 자체를 개선해 순도 높은 색을 낼 수 있도록 해준다. 2세대는 백라이트 유닛과 패널 사이에 광학필름을 추가로 끼워넣는 방식이다. 3세대는 패널을 개선해 색 재현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나노셀은 패널에 직접 적용되는 3세대 기술.

LCD TV의 경우 구조상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나노셀TV는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60˚ 옆에서 볼 때 색 재현력과 색 정확도의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거실 한쪽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TV 를 보거나 소파에 누워서 TV 를 볼 때도 TV 를 정면에서 보는 것 같은 동일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또 나노셀 기술로 TV 화면에 반사되는 빛의 양도 기존제품 보다 30% 이상 줄였다. 나노셀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도 흡수하기 때문에 거실에 밝은 등이 켜져 있더라도 사용자는 화면에 비치는 불빛에 방해 받지않고 TV 를 시청할 수 있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하는 30여모델의 슈퍼울트라 HD TV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노셀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