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보이스'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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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범죄 용의자의 목소리만 갖고도 성별은 물론 나이와 출신지 등을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대검찰청은 17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성을 분석해 범죄 용의자의 성·나이·출신 지역을 자동으로 추정해 내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찰은 음성 전문가가 신원 미상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려 왔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신기술이 개발되면 납치범죄처럼 초기 대응이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등 전화 관련 금융사기가 급증하는 점도 검찰이 기술 개발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7239건으로 피해액은 1070억여원에 달했다. 대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 각종 전화사기 관련 음성 분석 의뢰가 급증하고 있어 신속한 수사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미 구축된 한국인 3000명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층과 출신 지역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 용의자가 사투리를 숨기기 위해 말투를 바꾸더라도 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특정 지방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서울말을 따라 하더라도 특유의 운율이나 발성 등 어색한 부분을 찾아 본래 사용하던 사투리를 특정해 내는 식이다. 소리 분석 전문가인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소리공학연구소장)는 “목소리에는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어 은행 등에서도 신분증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고려한 적이 있다”며 “정확성이 80%대인 현행 기술 수준을 90%대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올해 기술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수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