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익 노린 제과점이 값싼 빵 생산 줄여"…제과업계 "할당 밀가루 부족"

베네수엘라 정부가 빵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제과점을 몰수할 계획이라고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에서는 제과점 앞에 몇 시간 동안 긴 줄을 서야 빵을 가까스로 구할 수 있는 등 빵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빵의 주재료인 밀이 생산되지 않는다.

정부가 밀을 전량 수입해 제분소에 보내 가공한 뒤 제과점 등에 배분하고 있다.

이에 제과점은 정부가 제시한 생산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생산 규정을 보면 할당된 밀가루 중 90%를 바게트나 일반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10%만 케이크나 고급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지속해서 빵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제과점 업주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싸고 양이 많은 바케트 스타일의 일반 빵 대신 빵 과자나 햄 따위가 들어간 크루아상 등 고급 빵을 규정보다 더 만들어 판매하면서 빵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709개 제과점에 조사관을 보내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중들로부터 빵을 숨기는 투기꾼들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빵 전쟁'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며 이를 정치적 박해라고 불평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정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과점은 몰수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제과점연맹은 올해 들어 정부의 밀가루 수입이 준 가운데 더 많은 밀가루를 할당받지 않는 한 충분히 빵을 생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했던 베네수엘라는 유가폭락과 정부의 생산·외환 통제정책, 세자릿수에 달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식량은 물론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 사무총장은 전날 OAS 상임위원회에 제출한 75쪽짜리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가 총선을 조속히 실시하지 않을 경우 민주헌장 21조에 따라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