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63%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대형마트 영업규제 확대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와 주목된다(한경 3월14일자 A1, 11면). 소비자 이익과 거꾸로 가는 반시장적 마트 영업규제에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더구나 마트 휴무일에는 전통시장으로 간다는 비율도 10.7%에 그쳐 목표를 잃어버린 정책이란 점도 분명해졌다.

2012년 3월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 수없는 논란만 야기한 채 현대판 우상처럼 된 이런 불합리한 규제를 둔 채로는 유통혁신도, 소비자 후생도, 심지어 청년일자리 확대도 말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개원 1년도 안 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규제 강화 법안만 벌써 20개나 된다. 월 2회인 공휴일 의무휴업을 4회로 확대하겠다거나(이언주 민주당 의원), 대규모 점포 개점 시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자는(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법안이 대표적이다. 복합쇼핑몰까지 강제 휴무 대상에 넣겠다거나 신설 시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어려움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강제 보호책을 내놔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는 이미 유통혁신을 선택한 상태에서 규제 강도만 높인다고 무슨 효과가 있나. 이는 자연스런 유통산업 구조조정까지 지체시킬 뿐이다. 경쟁에서 밀리는 부분은 업종 전환, 특화 상권 유도 등으로 정부가 다른 지원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영업시간 규제를 편의점에도 적용하겠다는 법안을 보면 편의점업의 기본특성조차 부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밤 12시에 모든 매장의 불을 강제로 끄게 하면 ‘쇼핑 블랙아웃’을 초래할뿐더러 군사정부 때 야간통행 금지와 무엇이 다른가. 더 큰 걱정은 5월 대선 이후 더욱 강한 규제안을 낸다는 민주당의 정책방침이다. 한국 유통산업의 생존 방향이 지금처럼 끝없는 영업규제 확대라고 보는지 대선주자들 본인의 의사를 직접 들어봐야 할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