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4차 산업혁명 격랑 속 기업들 '새 고객 경험 창출' 최우선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경영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점검해야 한다.

이케아는 외국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케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7.2% 늘어난 342억유로(약 42조원)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42억유로에 달한다. 한국에서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이케아 광명점의 지난해 매출은 3450억원이다. 세계 40여개국의 328개 매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 매장당 평균 매출이 13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케아의 성공 원인은 무엇일까. 이케아는 본연의 강점을 살려 현지화에 성공했다. 이케아는 확고한 기업 가치관으로 유명하다. 이케아는 ‘디자인과 기능이 좋은 가구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사실 이 비전은 모순된다. 디자인과 기능이 좋다면 가구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케아는 비전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공급 파트너를 발굴했고, 물류 유통 영업 방법을 창조해왔다. 이케아는 창고형 가구 매장을 세상에 내놨고, 카탈로그 영업, DIY(Do it yourself·직접제작 가구) 등을 선보이며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해왔다.

기업의 가치관이 비즈니스 모델, 조직, 운영 시스템에 반영되면서 성공을 이끈 셈이다. 이케아 광명점도 예외가 아니다. 유통 구조를 개선했고, 창고형 가구 매장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이케아의 성공은 변화를 외치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화를 고민할 때 대부분 기업이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리더에 의한 변화를 추진한다.

조직의 변화는 직원의 변화로 완성된다. 조직이 클수록 무엇이 아니라 변화의 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케아에서 알 수 있듯이 왜 우리가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기업의 가치관에 있다.

이케아는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 체험을 창출했다. 내가 구매한 가구가 아닌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가 만든 가구’, ‘내가 고르고, 내가 계산하고, 내가 나르고, 내가 조립하는 가구’, ‘기존의 시장에서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 다양한 기능,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홈퍼니싱 제품’, ‘놀이 공간 같은 매장’, ‘남성들에게도 쇼핑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 등 이케아가 한국에 새롭게 제공한 경험은 많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 속에서 기업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새로운 고객 경험의 창출’이다. 사물이 서로 완전하게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이 현실이 되면 고객 변화 적응 여부에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소비자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릴 것이다. 소비자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인인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시장 접근도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이다. 이케아는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시장을 관찰했다. 지점을 열기 수년 전부터는 수백개 가구를 조사 방문해 한국인의 취향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해 한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다. 일반적인 이케아 매장 가구와 소품의 비율은 6 대 4다. 한국에선 집이 협소한 것을 감안해 가구와 소품의 비율을 5 대 5로 조정했다. 실험적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대량으로 확산시키는 ‘리틀벳’ 전략을 펼쳐왔다. 한국 시장에서 늘어난 식기 판매도 ‘하이 밥’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확산시킨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도 활발히 전개됐다. 특히 1인 가구 확대와 소득 증가로 인한 생활습관 변화를 포착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요즘 한국에서 이케아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가치관, 고객 체험의 창출, 전략적 시장 접근 등 기본적인 사항을 되돌아볼 때다.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