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학교 급식 비리 꼼짝마!…aT의 '사이버 포청천' eaT를 아시나요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초·중·고교 급식에 사용되는 400여개 식재료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과정을 합동점검단을 통해 확인했다. 급식업체 202건, 학교 471건 등 총 677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이런 실적을 올린 데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여인홍·aT) 사이버거래소가 운영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시스템)’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식재료 구매의 투명성과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2010년 8월 도입된 eaT시스템은 전산데이터로 관리해온 급식계약 및 통계자료 등 빅데이터를 분석, 법령 위반이 의심되는 점검 대상을 추려냈다. 지역별 계약정보 분석에 따른 불공정행위 의심 업체, 인터넷·컴퓨터 중복 접속 이력 업체, 각종 서류 위·변조 이력 업체, 행정처분 이력 업체 등이었다.

eaT시스템은 학교가 식재료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급식 전문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이다. 농수산물은 계절별 단가 변동이 커서 1~3개월마다 계약을 맺는다. 학교는 통상 3~4개 업체와 거래한다. 과거에는 업체가 제출한 10종의 서류를 계약 때마다 받아 진위 여부와 행정처분 유무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매달 입찰에서 계약까지 15단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데 3~4일이 걸렸고 공급업체 역시 월 3~4회 학교를 방문해야 했다. eaT시스템이 가동된 뒤 학교는 식단을 작성한 뒤 입찰등록을 하고 업체는 전자 투찰을 거쳐 납품하면 된다. 관련자끼리 만날 일이 없다.

행정절차가 간소화되고 서류 발급비용도 절감되면서 참여 학교가 2012년 3741개교에서 지난해 9968개교로 2.7배 증가했다. 전국 초·중·고교의 85%가 이용한다. 경기교육청은 학교급식 감사에서 각종 부조리를 확인한 뒤 지난해 관내 학교의 eaT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했다. 공급 업체는 2012년 3050개사에서 지난해 7618개사로 2.5배 늘어났다. 거래실적도 2012년 8577억원에서 지난해 2조6446억원으로 3.1배 급증했다.

eaT시스템에는 aT가 서류심사(1차)와 현장심사(2차)를 통해 승인한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만1543개사가 등록을 신청, 이 중 7618개사(66%)가 승인받았다. aT는 지난해 의심업체 200개사를 불시에 합동점검, 103곳에 대해 입찰 참여 배제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원산지나 식품위생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아 eaT시스템 사용이 제한된 94개사보다 많다. 입찰 참여 배제기간은 3~24개월이다. eaT시스템은 학교 급식 비리를 잡아내는 ‘사이버 포청천’이라 할만하다.

eaT시스템 계약의 90% 이상은 제한적 최저가 낙찰 방식이 적용돼 가격경쟁으로 인한 품질 저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aT의 설명이다. 2인 이상이 견적을 제출하는 수의계약에서 예정가격 5000만원 이하인 경우 낙찰하한율이 88%이고 2000만원 이하는 낙찰하한율이 90%다. 최저가는 예정 가격이 5000만원 초과하는 입찰 계약에만 적용된다. 전체의 10% 내외다.

aT는 낙찰률을 올리기 위한 담합이나 대리납품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eaT시스템에 ‘지능형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입찰 접속이력, 업체 정보 중복이력 등을 토대로 업체별로 불공정지수를 자동적으로 산정한다. 위험(100~61점), 주의(60~21점), 대기(20~11점), 정상(10점 이하) 등 4단계로 구분된다. aT는 위험 단계로 분류된 130여개 업체의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공유하고 이달부터 전수조사에 나섰다. 연말까지 이뤄질 현장조사에서 불공정행위를 적발할 방침이다.

aT는 올 하반기부터 소규모 낙찰을 많이 받는 영세 업체들의 이용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수수료 면제 대상을 낙찰금액 50만원에서 100만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전체 이용수수료 부과 범위를 조정해 소규모 낙찰이 많은 영세업체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급식업체 이용수수료는 낙찰 건당 최저 0원(낙찰금액 50만원 미만)~최대 3만원(5000만원 이상)이다. 이 중 연간 계약금액이 5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는 3400여개사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황형연 aT 사이버거래소장은 “식품안전 확보와 거래정보의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연내 단체급식 식재료 표준화를 위한 전산코드를 구축하고 장차 어린이집과 공공기관 식당까지 이용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식품정보를 전산으로 연계해 식품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장차 식품정보를 종합 제공하는 공공급식 포털시스템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미디어전략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