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의 긴 논쟁에 비생산적인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사드 문제가 이제 결말에 다다랐다. 한·미 군 당국은 엊그제 미 본토에서 발사대 2기를 전격적으로 공수해 왔다. 예상과 달리 전광석화 같은 신속한 판단이었다. 양국 정상은 긴급통화로 북한의 도발에 최고수준의 경고도 보냈다.

사드 문제를 두고 중국이 여전히 억지 생떼의 수위를 높여가고 국내 일각의 좌편향 친중파들도 이에 동조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다. 사드는 국가와 민족, 즉 자유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책이다. 거듭된 핵실험과 연일 이어지다시피 한 미사일 발사로 실전배치가 코앞에 다가선 북한핵에 대한 최소한의 자위적 안전장치일 뿐이다. 위험천만한 김정은 집단의 핵도발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수단과 방안이 있는지, 중국도 국내의 반대파들도 대안이 있다면 말해야 한다.

‘사드 갈등’은 회피할 수 없는, 그리고 갈등으로 위장된 필요한 논쟁일지도 모른다. 국가의 안보와 항구적인 평화의 길이 진정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그렇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국가 안보가 어떻게 담보되는가를 거듭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공짜 안보란 없다는 사실은 그 출발이다. 사드에 대한 내부 반대가 여전히 적지 않은 이때 던져야 할 국가 존망에 관한 본질적 물음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이 성찰은 결국 ‘노예의 길’이냐 ‘자유인의 길’이냐는 물음이고 ‘노예의 굴종’이냐 ‘자유인의 평화’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긴 세월 우리는 중국 대륙의 패권 동향에 따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난과 고통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가까이만 돌아봐도 여말선초 원(元)에 부속되다시피 했고, 조선조 내내 명(明) 청(靑)의 영향권에서 숨도 쉬지 못했다. 구한말, 청 제국이 쇠퇴의 길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해양세력 일본제국의 총칼에 휘둘리고 말았다. 사색당쟁, 사농공상, 관존민비의 무능하고 부패한 굴종의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자기 땅도 제대로 못 지킨 그 허약한 명분지상주의를 국가 간 무한경쟁의 이 시대에 또 되풀이하자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아니 무섭게도 그 흑역사가 반복된다는 조짐까지 보인다. 북핵이라는 가시적 거대 위협을 보면서도 무조건 사드 반대라는 부류가 그렇다. 소위 반(反)한·미 동맹의 좌편향 그룹도 국가 안보만큼은 본질과 실체를 봐야 한다. 최소한의 자위적 방어 능력도 없이 과연 국가가 지속될 것이며, 자유로운 독립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허망한 말의 성찬, 허약한 문민 절대우위의 공론(空論)사회로는 안 된다. 국가의 안위를 건 채 말장난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드 갈등의 본질도 여기에 닿는다. 소위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군 당국과 안보·외교 전문가들이 수년간 숙고 끝에 내린 국가적 판단을 정략적 관점에서 뒤흔든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며, 국가와 정부의 이름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규탄 구호와 경고 메시지는 오히려 북한을 향해야만 한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제거하는 길도 실상 우리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도 문제다. 중국은 한반도 전역을 타깃으로 하는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이미 2015년 톈안먼 군사퍼레이드에서 전개한 바 있다. 북한도 문제지만 중국의 미사일에 대해서도 우리 방어능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을 향한 비판과 경고 수준이 연일 점증돼 왔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통신장비기업 ZTE에 부과한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0억원)의 벌금은 역대 최대 규모여서 충격적이다. 북한과 연계된 제3국의 기관과 개인까지 제재하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핵관련 시설을 향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 주장이 워싱턴에서 잇따른 터여서 이번 조치는 더욱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최종적 해법’을 이제는 탁자에 올려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다. 길고 긴 수난의 역사를 망각한 채로는 대한민국도 없다. 안보에서만큼은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가 그 초석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뜩이나 일본과도 소원한 상황이다. 일본은 대사를 2개월째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의 운용전략까지 수립하며 군 당국도 한 치 흔들림이 없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보의식이다. 국민의 싸울 각오 없이는 결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안보에 공짜는 없다. 아니면 노예의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