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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中 겨냥 6천㎞ 레이더 운용…"상호 군사신뢰" 용인

중국이 자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러시아의 거대 방공레이더 시스템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한중간 사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러시아가 중국을 겨냥해 운영하고 있는 탐측거리 반경 6천㎞의 방공 레이더 시스템도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 위치한 이 레이더 기지는 중국에서 직선거리로 1천25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동서로 5천500㎞에 이르는 중국 대륙 전체를 감시 통제하며 전투기, 탄도미사일, 위성을 포함 중국의 모든 비행체를 파악할 수 있다.

러시아 매체는 "중국에서 파리 한마리가 날더라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웨이보 블로거가 전한 이 레이더는 지난 2015년 중반부터 가동을 시작한 러시아의 레이더 시스템 '보로네슈(Voronezh)-M'을 말한다.

기존의 다얄(Dayal)-U형 레이더를 대체해 사드(반경 2천㎞)보다 세배나 강력한 탐지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이 최대 사거리 1만5천㎞로 미국 전역이 타격 가능한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41'을 시험 발사할 당시 이 레이더 시스템이 둥펑 41의 궤적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봉황TV는 "사드보다 더 강한 러시아 레이더에 중국 최신무기가 감시당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 측은 보로네슈와 사드에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러시아 레이더가 자국을 들여다보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제관계학원의 한 전문가는 7일 환구망 기고문을 통해 "일부 네티즌이 2년전의 구문(舊聞)을 들고 나와 러시아가 사드 못지 않은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판 사드'라는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이간질하려는 음모"라며 "날조까지는 아니지만 뉴스 조작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략의도 판단에 혼란을 초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여러 국가에 상이한 외교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정당한 국가 주권행사의 하나"라며 러시아는 동맹은 맺지 않았지만 각자의 국가안보이익을 고도로 존중하면서 군사적 신뢰도 구축돼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초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 소식에 대해 "사실일지라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러시아 정부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또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균형 파기라며 크게 반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냉전 시기 소수의 강대국들은 자국의 전략적 역량을 스스로 구축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암묵적 규칙을 만들었는데 이 시기 형성된 강대국간 전략균형에 도전해선 안된다는 것이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전략적 역량엔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이고 자국 영토내 외곽에 구축한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 체계도 포함돼 있다.

옛 소련은 1970년 영토 외곽의 레이더 체계를 완비했고 중국도 1974년부터 '장자커우(張家口) 7010'이라는 레이더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레이더 체계의 수량을 늘리지 않고 보수, 또는 성능을 개선하는 수준으로만 운용하는 것이 강대국간 묵계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본토에서 1만㎞ 떨어진 한국에 사드를 신설 배치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중국의 안보를 침해하기 위한 용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이 전문가는 이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러시아와 한국에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이유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역할 및 역량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풍부한 전략적 역량을 갖추고 미국에 독자적으로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핵 강대국이지만 한국은 지난 70여년이 기본적으로 조종을 받아온 역사였으며 아직 전시작전권도 회수하지 않은채 '미국말 들으면 안전, 안들으면 끝'이라는 단순한 안보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처한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지도층에게 사드 위기는 정치적 지혜를 구하는 공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의 지도층에게 세상에 눈을 뜨고 더 많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이해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