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무명 겐조 알린 편집숍…신진 디자이너 품고 한국 상륙
패션 브랜드 겐조는 1970년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이탈리아 편집숍 ‘루이자비아로마(LVR)’의 상품기획자(MD) 안드레아 판코네시(사진)다. 판코네시는 프랑스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 있던 디자이너 겐조의 쇼룸에 가보고 편집숍에 입점시켰다. 1년 반이 지나도록 LVR에서 겐조의 옷은 한 벌도 팔리지 않았지만 판코네시는 기다려줬다. 기대대로 겐조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LVR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세계적인 명품 편집숍 LVR이 한국에 들어온다. 1970년대 겐조를 발굴했고, 지금은 LVR 최고경영자(CEO)가 된 판코네시는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을 아시아 교두보로 삼고, 한국 신진 디자이너도 적극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LVR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다. 1930년에 문을 열었다. 판코네시는 어머니에 이어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1999년부터는 같은 이름으로 온라인 편집숍도 운영 중이다. 생로랑 발렌티노 발망 등 6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매출의 95% 이상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작년 매출은 1억2000만달러(약 1388억4000만원) 정도였다.

판코네시는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문화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은 중국과 홍콩 다음으로 LVR을 많이 이용하는 아시아 국가다. LVR은 최근 ‘스티브J&요니P’ ‘우영미’ ‘카이민’ ‘준지’ 등 한국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유치했다. 올해부터 이들 브랜드 상품을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LVR은 독창적인 상품 구성으로도 유명하다. 판코네시는 “바이어들을 전 세계로 보내 수시로 보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유망한 디자이너 제품을 들여오고, 인기 브랜드 제품은 독점 판매하기도 한다. LVR은 온라인 편집숍 최초로 디자이너 컬렉션을 미리 공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오래전부터 신상품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우편으로 보여주고 선주문을 받았다”며 “인터넷에도 같은 방법을 도입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온라인 비즈니스는 다른 업체와 달리 관세와 배송비가 포함된 최종 결제가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