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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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공화당의 국경조정세 특징은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법인세율을 낮춰 경제성장을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세금은 미국에 제품을 파는 외국 기업이 내는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세입을 산출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국경조정의 아이디어는 주로 그 효과를 오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판론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은 35%인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모든 수출품에 20%의 보조금을 주는 반면 모든 수입품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수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5%를 구성한다. 따라서 수입에 부과하는 이 20%의 세금은 미국 GDP의 3%와 맞먹는 세입을 올릴 것이다. 수출은 미국 GDP의 약 12%이므로 보조금은 GDP의 2.4%를 지급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효과는 GDP의 0.6%에 해당하는 연간 약 1200억달러, 향후 10년간 1조달러 이상의 세수를 발생시킬 것이다.

소매판매업자와 수입업자들은 국경세가 그들의 생산과 자원 투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국경조정세는 또한 달러 가치 상승을 유발해 세금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도록 수입비용을 줄일 것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통화가치가 변하지 않으면 국경조정세로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이 증가해 전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무역적자 규모가 투자와 저축의 차이와 같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사실이다. 국경조정세가 투자나 저축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역적자도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대신 다른 통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가 25% 상승한다. 수입에 대한 세금 부과와 수출에 대한 보조금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수입하는 데 100달러의 비용이 드는 제품을 생각해보자. 20%의 국경세는 미국 내 판매가격을 125달러로 올릴 것이다(이 가격으로 수입업자들은 125달러의 20%를 세금으로 지불하고 수입 비용을 위한 100달러를 남길 것이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25% 상승하면 수입 비용이 80달러로 줄어들 것이다. 100달러를 1.25로 나눈 값이다. 그런 다음 국경세는 국내 판매가격을 원래의 100달러로 올려, 수입업자들은 20%의 세금을 낼 수 있고 수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80달러를 남기게 된다.

달러 가치의 25% 상승은 수출에 대해 동일한 상쇄 효과를 갖게 된다. 생산하는 데 100달러를 들여 수출하는 미국 회사는 20%의 보조금 덕에 80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25% 올라 유로나 엔으로 제품을 사는 구매자들은 전에 지급한 것의 1.25배인, 즉 100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국경조정세와 달러 가치 상승의 조합으로 미국에서 가격은 변동이 없게 된다. 외국 소비자들이 미국 제품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누가 세금 비용을 떠안는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외국 기업이다.

환율이 처음에는 달러당 1유로라고 가정하자. 따라서 미국에 100유로로 제품을 파는 한 프랑스 회사는 100달러를 받는다. 달러 가치가 25% 오르면 이 프랑스 회사는 판매를 통해 단지 80달러만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회사는 수출을 통해 미국에서 20%를 덜 벌게 된다. 그것은 전 세계에서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에서 20% 적게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미국 수출기업과 소매업자들은 국경조정세에 반대하는가. 한 가지 이유는 달러 가치 상승이 수입제품의 판매가격을 어떻게 변하지 않도록 유지시켜주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달러가 단지 부분적으로, 혹은 천천히 올라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면서 경제적 분석을 신뢰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국경조정을 불필요한 위험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익이 있다. 국경조정세는 정치적으로 타당한 법인세 인하 조치를 실현할 만한 충분한 수익을 산출할 것이다.

석유 생산업자들은 또한 현재 계획에 반대한다. 유가가 어디에서나 달러로 매겨지기 때문에 더 비싸지는 원유 비용을 상쇄할 환율 효과는 없다. 달러 가치가 25% 상승하면 중동에서 생산되고 유럽의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는 원유 가격이 25% 올라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원유가격을 포함해 석유의 기본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미국 석유 생산업자들의 손실은 석유를 사용하는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에 이득이 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국경조정세에 다른 반대 의견을 제기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인들이 소유한 해외 투자자산의 실질가치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분석으로는 이 효과는 매우 작을 것이다. 달러 가치가 25% 오르면 미국 가계 순자산의 약 3%에 해당하는 순해외자산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비교하자면 지난해 가계 순자산은 6.1% 증가했다.

결론은 국경조정세가 미국 소비자나 기업인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향후 10년간 해외 수출업자들로부터 1조달러를 얻게 된다. 그 세입은 모든 법인세율 감세분을 재정적으로 조달하기에 충분하다. 이 새로운 계획을 채택함으로써 투자와 성장을 자극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다.

원제=The illusory flaws of ‘border adjustment’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