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금융 데이터로 상환능력 분석…영세 사업자 대출 문턱 낮춘다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자는 투자 유치는커녕 금융회사에서 소액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재무정보가 없어 금융회사가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견실한 중소 사업자가 대출을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이름에서 오래된 공기업 같은 분위기가 풍기지만 작년 6월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창업자인 김동호 대표(사진)는 2011년 아이디인큐라는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를 설립해 성공을 거둔 뒤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그는 작년 1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나왔을 때 “잠시 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못 만난 지인을 찾아다니다 자영업자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용이한 정보기술(IT)업계와 달리 대출조차 쉽지 않은 자영업의 세계를 보면서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업황이나 업종 자체의 불안정성도 있지만 자영업자를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정보나 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꺼린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신청하는 사업자가 은행과 국세청에 입력하는 정보를 분석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코딩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 일을 위해선 금융공학 전문가가 필요했다. 아이디인큐 시절 함께한 안태훈 이사와 코딩 전문가인 양웅철 이사, 금융공학을 전공한 KAIST 정보시스템 박사 출신 임현석, 이승렬 이사 등과 함께 한국신용데이터를 차렸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말 출시한 크레딧첵(CreditCheck)은 사업자의 금융거래 데이터를 수집해 상환 능력을 분석,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출을 신청하는 사업자가 은행 등 금융회사 사이트에 대출 신청에 필요한 항목을 입력하면서 한국신용데이터가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에 동의만 하면 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런 동의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 국세청과 은행 등에 신고한 사업자의 사업 관련 재무 및 세무 정보 등을 분석해 은행권에 전달한다. 현금 흐름을 분석해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우리은행과 협업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사업자가 정확하게 소득을 신고해야 정확한 정보 분석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자의 신고 소득을 도와주는 ‘캐시노트’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전 사업자의 소득을 전자화해서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게 채 5년이 되지 않았다”며 “자영업자도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