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새봄 첫 라운드 "빈 스윙·빈 마음 준비하세요"
3월이 코앞이다. 마니아 가슴엔 설렘의 꽃이 핀다. ‘다 죽었어!’ 겨우내 해외 전지훈련, 비밀 체력훈련에 ‘다걸기’를 한 A씨. 달라진 골프를 자랑할 생각에 시간 가는 게 더디다. 비거리 늘려보겠다며 헬스클럽 끊어놓고 3일 만에 발길 끊은 B씨. 작심삼일로 허송세월한 그에겐 3월이 두렵다. 올해도 친구들에게 현금인출기 노릇을 할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모를 일이다. 18홀 마지막 퍼팅이 끝날 때까지 장갑을 벗어봐야 승자를 알 수 있는 게 골프다. 몇 달 만에 잔디를 밟는 첫 실전 라운드라면 더더욱 예측불허다. 첫 라운드 첫 티샷의 실패를 줄이는 5대 체크 포인트를 모았다.

1. 기대치를 낮춰라

찬란한 봄이냐, 잔인한 봄이냐를 결정짓는 변수는 마음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느냐다. 결국 기술보다 멘탈이다. 한 번 치고 말 게 아니라면 첫 라운드에 ‘올인’할 이유가 없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굳어 있는 근육을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게 ‘잘 쳐야지’ 하는 마음이다. 하수는 하수대로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고수는 고수대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화를 부른다. 하루 14시간씩 동계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린 스타 프로골퍼들도 첫 대회를 앞두고 가장 집중하는 훈련이 마음 비우기다. 박인비 프로는 “좋은 샷을 날리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2. 바람소리를 틀어라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면, 이번엔 스윙 점검이다. 요령이 있다. 가장 빠른 스피드로 빈 스윙을 10여 차례 해본다. 이때 ‘붕~붕’ 하는 바람 소리가 몸 왼쪽에서 나면 백스윙 톱에서 임팩트로 다가갈수록 클럽헤드 스피드가 빨라지는 가속도 스윙에 성공한 것이다. 오른쪽에서 소리가 난다면 다운스윙 초속이 빠르고 임팩트 순간에 오히려 속도가 느려졌다는 얘기다. 비거리에 손해가 나는 잘못된 스윙이다. 왼쪽에서 소리가 잘 나게 하려면 백스윙은 천천히, 다운스윙은 엉덩이를 먼저 회전시키면서 시작하는 게 요령이다. 이제 왼쪽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면 다음 단계로 왼발을 디디면서 스윙을 10여 차례 해본다. 체중 이동의 느낌을 찾은 뒤 티샷할 수 있는 최종 점검 방법이다.

3. 잡는 둥 마는 둥 잡아라

한 해 골프 농사의 시작이 그립이다. 클럽과 몸이 처음 닿는 출발점이다. 이 연결고리가 잘못되면 값비싼 클럽도, 애써 받은 레슨도 모두 허사가 된다. 이미 알고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도 이 그립에서부터다. 우선 엄지·검지를 제외한 중지·약지·새끼의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김밥 말 듯 말아쥐는 게 중요하다. 힘도 이 세 손가락에 집중해야 한다.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에 샤프트의 많은 면적이 닿는 방식으로 그립을 쥐면 손목과 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손부터 어깨까지 근육이 모두 연결돼 있어서다. 팔은 몸통에 달려 있는 끈 같은 느낌이 들도록 힘이 완전히 빠져 있는 게 유리하다. 첫 라운드 첫 티샷에서 때리지 않고 지나가는 스윙을 할 수 있으려면 더욱 그립을 살살 잡아야 한다.

4. 착시를 피하라

설레는 새봄 첫 라운드 "빈 스윙·빈 마음 준비하세요"
아마추어 대다수는 착시의 희생양이다. 어드레스를 한 뒤 페어웨이 중앙을 바라보고 티샷을 하면 공이 오른쪽으로 갈 확률이 80%쯤 된다는 통계가 있다. 타깃을 왼쪽에 두고 고개를 돌려 목표물을 바라볼 경우 몸통이 왼쪽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본능적 착시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로들도 오른쪽으로 공을 잘못 보내는 확률이 약간 높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스윙 교정에 집중하거나 실전 라운드 없이 긴 겨울을 보낸 뒤 나선 첫 라운드에서 이런 습관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송이 프로는 “목표물을 향해 클럽 페이스를 약간 닫힌 듯하게 정렬하는 게 실제로는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기찻길을 뒤에서 보면 한 점으로 수렴하듯 몸과 클럽 페이스의 연장선이 공을 떨굴 지점의 목표물에 모이도록 조준하라는 얘기다. 자신만의 정렬 기준이 없다면 조준하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 하나만 생각하라

빈 스윙 연습과 정렬이 끝나면 남은 건 티샷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을 비우는 일.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켜 떠오르면 샷도 함께 엉키기 마련이다. 차라리 한 가지 생각만 반복해 머릿속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김용준 프로는 “피니시만 제대로 잡아보자는 생각을 티샷 전 3~4회 되뇌는 것만으로도 스윙이 간결해진다”고 조언했다. 고덕호 프로는 “백스윙 톱에서 잠깐 멈춰보자는 생각도 부드럽고 균형잡힌 스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