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 편?' 기업가 출신 트럼프 정책 기대감 덕…경제지표도 '好好'
3월 G20·4월 환율보고서·5월 OPEC회의·8월 세제개편 등 변수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끝 모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불확실성 고조 속에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13% 폭락하고 전 세계로 불안이 전염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실상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미국 뉴욕증시는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세계 증시 시가총액도 지난해 대선 이후로 석 달 새 약 6천600조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이 이처럼 호조를 보이는 것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과 규제 완화로 기업 이윤창출에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감 덕이다.

하지만 기대감만 잔뜩 부푼 상태에서 정책 시행이 지연되거나 내용이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되면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선 3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5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 등 월별로 예정된 이벤트에 주목한다.

아울러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제시한 미국 세제개편 데드라인인 8월도 향후 트럼프 랠리의 향방을 가르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랠리 원동력은 세제개편·규제완화 기대…월가엔 '공포' 대신 '탐욕'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증시가 줄곧 상승세를 타면서 '산타 랠리'에 버금가는 '트럼프 랠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경제계에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를 선물로 안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이하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침에 서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든 법으로, 투자은행(IB)들이 가장 거추장스러워하던 규제였다.

시장은 조만간 조세제도 개편이 이뤄지고 인프라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8월 휴정기 전까지 세제 개편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한 상황이다.

BMO캐피털마켓의 제니퍼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상승세의 상당 부분은 향후 재정 및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게다가 현재까지는 조세제도 개편과 같은 (시장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만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덕에 시장의 분위기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CNN머니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Fear&Greed Index)는 23일과 24일 각각 75, 68을 기록해 최근 투자자들이 탐욕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지수는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 공포에 사로잡혔음을,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탐욕스러운 상태임을 뜻한다.

각종 경제지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1월 기존 주택 판매는 전월보다 3.3% 늘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22만7천 명으로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로 집계돼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신호를 보냈다.

제조업·서비스업 포괄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이달 56.0을 기록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세계 경기가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다며 최근의 금융시장 상승은 '트럼프 랠리'가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 랠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짐 폴슨 웰스 자산운용 수석 투자전략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시장이 트럼프 정책에 기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랠리가) 세계 경제 성장과 때를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꼭지 찍었나?" 우려…대내외 변수에 주목
시장이 점점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랠리가 조만간 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내외적 변수 탓에 동력을 잃고 주춤하면서 시장이 기대했던 정책이 제때 시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행정부와 사법부가 씨름하는 상황이고, 대외적으로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당장 다음달부터 크고 작은 변수들이 줄지어 있다.

3월 17~18일에는 독일 바덴바덴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통화정책을 좌우하는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환율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시장이 주시 중이다.

4월에는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면 양국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금융시장도 움츠러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5월에는 유가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5월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정례회의는 지난해 약속한 감산 이행률과 효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서 거래되면서 정유업계가 안정을 찾아왔지만, 행여라도 회원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거나 이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유가가 출렁일 여지가 있다.

그 반대로 감산 기간 연장을 포함해 추가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끝으로 미국 의회 휴정기가 있는 8월이 관건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미 8월까지 세제 개편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세제 개편안의 내용을 놓고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 대통령 측 간에도 이견이 있어 빠른 통과가 가능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도 "금융시장 조정이 앞에 놓여 있다"며 "세제 개혁이 기업실적에 생각보다 미미한 효과만 낼 것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깨달으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최근 상승분을 반납하고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