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오는 3월30일 서울 시내에 또 하나의 기업 미술관이 탄생한다.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세화미술관이 그 주인공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말 펴낸 ‘2016 전국 문화 기반 시설’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국내 사립 미술관 28곳 중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미술관은 8곳(1종 미술관 기준). 여기에 태광그룹 세화미술관까지 더하면 모두 9곳이다.

새로 문을 여는 세화미술관은 태광그룹 창업자 고(故) 이임용 회장의 부인이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 이선애 여사(세화예술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의 숙원 사업으로 알려졌다.

기업 미술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재계 1위 삼성이 운영하는 리움이다.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지난해 기준 1만5000여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의 소장품(7460점)보다 많다. 삼성은 또 1982년 경기 용인에 설립한 호암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의 미술 사랑도 유명하다. 앤디 워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메레 오펜하임 등 미술계 거장을 국내에 소개했다. 대림문화재단이 2002년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연 관람 인원이 46만명에 달한다.

기업들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6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업의 분야별 사회공헌 지출에서 문화예술·체육 부문은 16.4%로 3위였다. 이는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경련 측은 “창의 인재의 중요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업에서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활용한 교육·치유 프로그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기업 미술관들은 최근 전문성을 더하거나 신진 작가 발굴, 유명 작가 작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성곡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내일의 작가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리움은 2004년 개관 이후 매슈 바니를 비롯해 크리스천 마클리, 아니시 카푸어, 히로시 스기모토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미술관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 나아가 경영 활동에서도 이익을 보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이미지 제고, 브랜드 제고에 톡톡한 효과를 봤다. 리움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배우자 만찬 장소로 선택됐고, 뉴욕타임스 등 유수 해외 언론에 ‘가봐야 할 명소’로 소개되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도 기업 미술관에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이 사회적 공헌을 위해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단순한 사회공헌 성격에서 탈피해 기업과 예술이 실질적인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