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21일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구글, 네이버, 시스트란의 인공지능(AI) 번역기에 지문을 입력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21일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구글, 네이버, 시스트란의 인공지능(AI) 번역기에 지문을 입력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번역 대결은 인간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국제통역번역협회(IITA)는 21일 세종대에서 구글, 네이버, 시스트란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최근 내놓은 신경망 번역 솔루션과 전문 통·번역사가 대결을 펼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대결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한국어 영어 지문 두 개씩 네 개를 사람과 AI가 번역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문 통·번역사에게는 50분의 번역 시간을 줬다. AI는 사실상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만큼 속도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평가 점수는 정확도와 표현력, 논리 및 조직 등 여섯 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5점씩 30점 만점으로 책정했다.

전문 통·번역사는 평균 24~25점을 받아 7~15점에 그친 AI를 압도했다.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 시스트란 PNMT 등 대결에 참가한 솔루션별 점수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평가위원장을 맡은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은 “번역 솔루션 셋 중 하나는 13~15점, 나머지 두 개는 7~9점으로 1중2약 구도를 보였다”며 “기계번역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사람과 달리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곽 협회장은 “AI는 역사도 전통도 영혼도 없는 기술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말은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 데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과 달리 문맥과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