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배 손에 달린 '우병우 운명'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방조하고 이에 대한 내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의 구속 여부가 21일 밤이나 22일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오전 10시30분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6기) 심리로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법원 정기인사로 이날부터 서울중앙지법의 기존 영장전담판사 세 명이 모두 물갈이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한정석 판사는 부장판사로 승진해 제주지법으로 옮겼다.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로 보직을 바꿨다.

우 전 수석의 운명은 서울대 법대 후배면서 연수원 기수로는 7년 아래인 오 부장판사의 손에 달렸다. 서울 출신인 오 부장판사는 1969년생으로 사법연수원 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지법 판사가 됐다. 법원행정처 민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실전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단시간 안에 기록을 검토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영장심사 업무에 적격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5월 교내 따돌림 사건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이 “학부모 대표를 뽑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학생 손을 들어줬다. 2015년 11월 학교 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모텔 영업을 해온 최모씨가 모텔 증축을 금지한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는 “공익 목적에 비해 원고에게 지나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며 모텔 증축을 허용했다.

오 부장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의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가 된 인물은 권순호 부장판사(26기·47)와 강부영 판사(32기·43)다. 이들은 향후 1년간 주요 사건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

1970년생인 권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공군 법무관을 마치고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수원지법에서 민사 사건을 맡다 이번 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났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뽑은 2016년도 우수 법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해 3월 LG유플러스가 경기교육청의 일방적인 협약 해제로 손해를 입었다며 교육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30억원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974년생인 강 판사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부산과 창원, 인천지법을 거쳤다. 창원지법에 근무할 때 공보 업무를 맡아 정무적인 감각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