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거대한 전환'의 시대, 과도한 비관론이 문제다
요즘 월가의 핫 이슈는 ‘더 그레이트 로테이션(The great rotation)’이다. 우리말로는 ‘거대한 전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 이후 시작된 ‘신자유주의’ 거시경제 환경이 대변화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저금리 시대의 종언이다. 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 초 두 자리 숫자였던 이자율은 두세 번의 예외적인 기간을 제외하고 40년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로금리를 5년가량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금리인상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로 연 3~5%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인플레이션 시대로 가고 있다. 금융위기 때 글로벌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는 1929년 대공황과 같은 디플레이션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무제한 통화 공급을 했다. 덕분에 파국을 피했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셋째, 40년 가까이 글로벌 정치·경제질서의 보루였던 ‘신자유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러시아 중국 일본의 패권주의, 또 유럽 일부 국가에서 등장하는 극우세력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 전례 없던 국제적인 공조로 금융위기가 극복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2차 세계대전 직전 나타난 보호무역과 국가주의의 데자뷔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대한 전환’은 우리에게 어떤 위험과 기회를 제공할까? 첫째, 저금리 시대의 마감은 채권과 부동산 시장에 나쁜 소식이다.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수익을 올릴 수 없다. 물론 금리생활자에겐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이 유리하다. 한편 부동산 담보 대출자들은 고금리가 큰 부담이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동산 펀드의 인기가 높았다. 이제는 환매할 때 투자금이 계산대로 회수될 수 있을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주식도 금리 상승기에 좋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인플레이션과 맞물리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서 언급한 인플레이션의 시작은 경기 회복과 동전의 양면관계다. 기업들은 가격이 인상되는 인플레이션 시기가 영업에 유리하다. 또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고정자산을 특히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물가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기업은 인플레이션을 반긴다. 이익도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폭 증가한다. 따라서 주식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실보다 득이 많다. 주식이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앞선 세 번째 변화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공세를 펴고 있는 환율 문제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환율은 경쟁국과의 상대적인 게임이다. 물론 절상되면 그만큼 기업 이익은 줄어든다. 상황에 따라 달러당 1050원 아래도 대비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환율을 제외한 다른 요소의 변화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우리가 가입하지 못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깨진 것도 다행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와해도 또 다른 기회다. 브렉시트에 이어 유럽연합(EU)이 해체되고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역행한다 해도 산업분야가 다양하고,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인 한국이 불리하지 않다. 사실 우리만큼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작년 상장사 영업이익은 2년 사이 40% 증가해 14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50조원을 전망하고 있다. 수출도 견조하다. 게다가 최근 정치개혁은 정경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4대 강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곳에 있는 대한민국은 우리 내공에 따라 ‘알박기’(?)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올해는 특히 블랙스완이 많이 등장할지 모른다. 그래도 미국발 트럼프 랠리의 최대 수익자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도한 비관론이 문제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