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교역량을 고려한 원화 실질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절상률은 중국 일본 독일 등 경쟁국보다도 높다. 그만큼 수출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치솟는 원화 실질가치…금융위기 후 최고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11.17로 전월(110.57)보다 0.5% 올랐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계산한 통화의 실제 가치를 나타낸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그만큼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초 120에 육박하던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2009년 3월 83.57까지 하락한 뒤 꾸준히 올랐다. 유가 하락과 고령화로 인해 불황형 흑자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막대한 돈 풀기에 나선 일본과 유럽 등의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도 실질 원화 가치는 2.8% 올라 일본 엔화 가치 상승률(2.0%)보다 높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4.9%), 독일 마르크화(-0.6%)는 오히려 떨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원화의 실제 가치가 금융위기 직전 달러당 900원대까지 올랐던 2007년의 고점에 거의 근접했다”며 “그만큼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까지 겹치면서 수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