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한국에 '두 번'은 안오는 유커, 이게 다 사드 때문이라고?
해외로 향하는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 대한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WTO)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약 1억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국가여유국(관광국)에 따르면 2007년에 41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로 나갔으며, 중국이 해외여행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는 확 꺾였다. 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압박과 같은 정치·외교적인 문제 탓이 크다. 그러나 재(再)방문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점에서 보면 한국은 더 이상 매력적인 관광지로서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 니즈(needs) 파악’이 그 해답을 아는 키워드다. 다들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소비자 니즈 파악이 아니다. 중요도를 함께 고려한 소비자 니즈 파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중요도 만족도 분석’(IPA: Importance-Performance Analysis)이 자주 사용된다. IPA 방법론은 존 A 마틸라와 존 C 제임스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서비스 품질 개선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 활용됐다. 대표적으로 여가와 레저, 여행, 교육, 호텔 서비스, 헬스케어 마케팅, 은행 서비스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각 서비스 요소에 대한 ‘중요도(importance)’와 ‘만족도(performance)’의 간극을 바탕으로 하는 IPA는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자 반응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도와주는 틀이다. IPA를 통해 관리자는 어떤 서비스 속성에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한지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소비자의 구매 습관을 예상해 재구매 의도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구매자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좋은 서비스 형태를 제시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IPA는 중요도와 만족도에 따라 ‘현상 유지(keep up the good work)’, ‘집중 구역(concentrate here)’, ‘낮은 우선순위(low priority), ‘과잉 제거(possible overkill)’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서비스 속성 요소에 대한 경영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IPA 기준에 의거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각 기업의 서비스 요소에 대한 중요도, 만족도 조사를 하고 해당 기업이 효과적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한국에 '두 번'은 안오는 유커, 이게 다 사드 때문이라고?
IPA 매트릭스의 그림을 살펴보면 중요도와 만족도가 모두 높은 1사분면은 현재 잘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핵심 역량으로 볼 수 있으며, 중요도는 높으나 만족도가 낮은 2사분면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부분이며, 중요도와 만족도가 모두 낮은 3사분면은 낮은 순위, 중요도는 낮으나 만족도가 낮은 4사분면의 경우 노력 과잉 지점으로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런 2X2 매트릭스를 보면, 많은 사람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제시한 ‘BCG 매트릭스’를 떠올릴 수 있다.

IPA 매트릭스와 BCG 매트릭스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BCG 매트릭스는 기업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단하는 비즈니스툴이라면, IPA 매트릭스는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만족도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단하는 소비자 지향적 비즈니스툴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커피 체인점에서 서비스 전반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했다고 하자.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커피 맛에 강한 만족을 나타냈으며, 커피 가격과 의자의 불편함에 강한 불만족을 나타냈다고 하자.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커피 체인점 사장은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을 지급해 의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구입한 의자를 전 지점에 보급하고, 커피 가격을 다소 내리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소비자 대상 업종에서는 수시로 만족도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중요도 조사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왜 소비자가 무엇에 만족하는지는 조사하면서, 소비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조사하지 않는가. 만약 앞선 가상 사례에서 커피 전문점 사장이 소비자 중요도 조사를 같이했다고 하자. 이때 의자의 불편함 정도가 커피 전문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중요도 조사 결과로 알 수 있었다면 불필요한 투자를 막을 수 있다. 커피 전문점 사장은 소비자 만족도 조사만 했을 때보다 소비자 요구에 맞는 더욱 정확하고도 비용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도·만족도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만족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불만족해 하고 있는 것 중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으며 가급적이면 이 부분에 기업의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또 소비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요소 중 만족도가 지나치게 높은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이 분야에 기업의 역량이 허비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기업의 역량을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IPA가 기업에 제공하는 혜택이다.

■ 성장률·점유율로 사업을 평가하는 'BCG 매트릭스'

BCG 매트릭스는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개발한 전략평가 기법이다. 사업전략 수립을 돕기 위한 사고틀이라고 할 수 있다. BCG 매트릭스는 시장 성장률과 상대적 시장점유율이란 기준을 활용한다. 이 두 축을 기준으로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눠 사업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당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와 철수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 ‘별’로 표시되는 오른쪽 위 영역. 고성장·고점유율을 자랑하는 유망사업 영역이다. 여기에 놓을 수 있다면 수익성과 성장의 기회가 많은 사업부문인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확장해야 한다.

다음은 ‘캐시카우’로 오른쪽 아래 ‘별’ 밑 영역이다. 현금흐름에 도움이 되는 ‘자금원천’ 사업으로 보면 된다. 점유율은 높고 성장성은 떨어진다. 충분히 성장한 시장이므로 새로운 투자금은 필요 없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도모하도록 경영한다.

‘개’로 표시되는 왼쪽 아래는 저성장, 저점유율 사업 영역이다. 점유율도 낮고 성장 가능성도 낮은 사업군이다. 혹시 이런 사업군이 있다면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

왼쪽 상부 ‘물음표’ 영역에는 고성장, 저점유율 사업을 놓는다. 성장률은 높지만, 점유율이 낮아 앞으로 많은 비용과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사업이다.

상황에 따라 오른쪽 위의 ‘스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철수가 시급한 ‘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도 농후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수욱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