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천재 음악가 '리스트 vs 파가니니' 대리전 펼친다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고난도의 화려한 기교. 그 속에 잔잔하게 펼쳐지는 섬세하고도 낭만적인 멜로디.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얘기다. 뛰어난 실력에 돋보이는 외모까지 갖춘 리스트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했다. 연주 도중 객석을 향해 악보를 던지며 자신의 암보(악보를 외워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런 리스트에게도 닮고 싶고, 이기고 싶은 음악가가 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다.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초인적인 연주력을 얻었을 것 같다는 극찬이 담긴 별명이다. 그는 현 한 줄로 오케스트라가 낼 수 있는 거대한 소리를 표현하고, 활이 아닌 나뭇가지로도 연주했다. 리스트는 1831년 파가니니의 연주회에서 큰 감동을 받고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두 천재 음악가의 작품들을 대결 구도로 연주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다음달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스트 vs 파가니니’ 공연이다. 두 음악가의 ‘대리전’을 벌일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다비드 알라다쉬빌리와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포가디다. 이들은 리스트와 파가니니의 곡을 번갈아 가며 연주한다.

조지아 출신인 알라다쉬빌리는 201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홀 무대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명연주자로 꼽히며 ‘젊은 리스트’로 불린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포가디는 세계적 음악 콩쿠르인 오스트리아 ‘프리마 라 무지카’에서 우승한 실력자다. 두 사람은 이전에 뉴욕에서 함께 연주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번 서울 공연으로 재회한다.

연주 곡목은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메피스토 왈츠 1번’,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6번’ ‘마녀의 춤’ ‘파가니니아나’ 등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곡은 ‘라 캄파넬라’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협주곡 B플랫단조’ 마지막 악장 ‘종(鐘)에 부치는 론도’를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중 한 곡이다. 공연에선 알라다쉬빌리가 ‘라 캄파넬라’를 먼저 연주한 다음 포가디가 파가니니의 원곡을 들려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