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골프장 M&A 하는 프로골퍼 출신 컨설턴트
“혹시 운동하셨어요?”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이성우 차장(39·사진)이 고객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는 이 회계법인에서 골프장 인수합병(M&A) 자문을 하는 ‘골프팀’ 소속이다. 184㎝의 큰 키를 가진 이 차장은 프로골퍼 출신이다. 프로골퍼 출신이 회계법인에서 골프장 컨설턴트로 일하는 경우는 이 차장이 유일하다.

이 차장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현재 골프장 대표로 근무하고 있는 부친의 권유가 계기였다. 큰 체구에서 나오는, 평균 290야드의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어프로치샷으로 그는 골퍼로서 빠르게 성장했다.

용인대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해 25세 때까지 프로골퍼로 활약했다. 골프채는 내려놨지만 이후 금호리조트 골프장 개발팀, GMI골프컨설팅,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등을 거치면서 골프장 컨설팅에 대한 기초를 쌓아왔다. 10년 이상의 골프장 개발 및 컨설팅 경력을 쌓은 뒤 2015년 딜로이트 안진 골프팀으로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합류로 딜로이트안진 골프팀을 ‘드림팀’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프로골퍼’만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다. 골프장 재무제표와 가치평가에 능숙한 회계사보다 새로운 가치를 찾고, 회원들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는 것이 그의 전공이다. 국내외 다양한 골프장을 이용객 편에서 바라본 점과 업계에서 쌓은 경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이 차장은 “최근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경우 회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프로골퍼 경력은 회원들과 소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독특한 경력 덕에 그는 회사 내에서도 ‘스타’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동료들을 만나면 그에게 “골프채를 바꾸고 싶은데 추천 좀 부탁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현재는 프로골퍼보다는 ‘골프장 전문가’로 그를 보는 고객이 많아졌다. 이 차장은 “골프장산업이 최근에는 위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며 “20년 넘게 몸담아온 골프산업을 다시 활성화하는 데 기여해 ‘골프장 경영 전문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