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잔액 724조원도 최대규모…은행 대출심사 강화에 '풍선효과'

가계, 기업 등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지난해 사상 최대 폭으로 불어났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24조1천358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87조3천515억원(13.7%) 늘었다.

이 통계의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되고 대부업체는 들어가지 않는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연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2007년 359조9천771억원과 비교하면 9년 사이에 두배 규모로 확대됐다.

또 작년 증가액은 한은이 관련통계를 낸 1993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종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3조3천583억원 늘어난 것이 최대 증가액이었다.

지난해 여신 증가액을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저축은행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작년 말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43조4천646억원으로 1년 사이 7조8천808억원(22.1%) 급증했다.

새마을금고도 90조5천132억원으로 15조6천809억원(21.0%) 불었고 신용협동조합(20.2%), 자산운용회사(19.3%), 상호금융(14.5%)도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2금융권 여신이 급증한 것은 저금리 장기화,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6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진 영향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2금융권은 대출 확대에 공을 들였다.

또 금융당국이 작년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방에 도입했고 5월에는 이를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약간 둔화됐지만 은행에서 밀려난 가계와 기업이 2금융권을 찾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은 보통 은행보다 금리가 높아서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의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올해도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대출 추이가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174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달 동안 58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금융권 대출은 '풍선효과' 지속 등으로 당분간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이 가계대출 전망을 묻자 "올해에는 기약정 집단대출이나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다.

<표> 연도별 비은행금융기관 여신 잔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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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비은행기관 여신 잔액(연말) │증가액 │증가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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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59조9천771억원 │58조661억원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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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23조3천354억원 │63조3천583억원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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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36조9천776억원 │13조6천422억원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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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59조8천143억원 │22조8천367억원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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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99조1천188억원 │39조3천45억원 │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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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19조9천642억원 │20조8천454억원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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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44조556억원 │24조914억원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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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82조8천509억원 │38조7천953억원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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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36조7천843억원 │53조9천334억원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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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24조1천358억원 │87조3천515억원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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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