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의 86%를 중국 항공사가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항공사는 자유롭게 제주~중국 노선을 개설할 수 있지만 국내 항공사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불균형 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국내 항공사들의 하소연이다.
중국 항공기만 '마음대로' 오가는 제주 하늘 길
◆갈수록 커지는 점유율 격차

9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중국 노선에서 중국 항공사 점유율(운항 편수 기준)은 지난해 85.9%(1만4598편)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 항공사 점유율은 중국의 6분의 1 수준인 14.1%(2393편)에 그쳤다.

이 노선에서 중국 항공사 점유율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 56.2%였던 점유율은 2014년 79.1%, 2015년 83.7%로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항공사 점유율은 2013년 43.8%에서 2014년 20.9%, 2015년 16.3%로 감소했다. 항공여객 수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항공사의 제주~중국 항공여객 점유율은 85%(201만4831명)로 국내 항공사(15%·35만4408명)의 다섯 배가 넘었다.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은 이 노선에서 국내 항공사가 차별받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제주 노선의 일방향 항공자유화’ 정책을 펴고 있다. 제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 정책에 따라 외국 항공사는 제주 노선을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상대방 국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제주와 외국 도시를 오가는 노선을 만들 수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은 국내 항공사가 노선 개설이나 증편을 요청하면 좀처럼 허가해 주지 않는다”며 “노선 점유율에 불균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걱정 태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 걱정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중국 항공당국에 올 1~2월 전세기 6편 운항을 신청했지만 불허 통보를 받았다. 당시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도 각각 전세기 1편 운항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이 조치는 지난해 한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인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엔 총 8개의 항공사(여객 기준)가 있지만 제주~중국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곳은 대한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4개뿐이다. 제주항공은 2014년까지 제주~중국 시안 노선을 운항하다 2015년 중단했다. 노선 운항허가를 잃어서다. 이렇다 보니 제주 신공항 건설 등 제주 관광 활성화 정책에도 국내 항공사 표정이 어둡다. 중국 항공사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불균형 해소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와의 항공회담은 2015년 11월19일을 끝으로 1년3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현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항공 회담 등 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항공업계, 관광업계의 활발한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