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이후 대미(對美)투자 296억달러…미국의 대한(對韓)투자보다 1.5배 많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의 대(對)미국 투자 규모가 미국의 한국 투자액보다 1.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이 손해를 봤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가 지난달 펴낸 ‘2016년 한미 교역 및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액(1~3분기)은 69억4480만달러로 전년도 연간 실적(56억6000만달러) 대비 22.6% 증가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 투자액을 빼더라도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증가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이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38억7595만달러로 전년(54억7888만달러)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2012년 이후 양국 간 누적 투자액을 비교하면 한국의 미국 투자액은 296억달러로 300억달러 선에 육박했지만,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201억달러에 그쳤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1.5배가량 많은 것이다.

이런 결과는 미국의 요구로 진행될 FTA 재협상 등 한·미 간 통상 현안에서 한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의 FTA 체결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고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늘면 미국의 고용이 증가하는 등 미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최근 5년간 미국에 투자한 규모보다 10억달러가량 많은 액수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가전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