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에디 청 SC그룹 동북아외환 이코노미스트 "트럼프발 불확실성, 신흥국 통화 변동성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등 수십년간 진행된 세계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자본·상품 교역에서도 보호무역주의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 출신의 에디 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동북아외환 이코노미스트(사진)는 이 같은 현 상황을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고 평가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위기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에서다. 에디 청은 2010년부터 홍콩에서 SC그룹 외환전략팀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경제 불확실성을 초래할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그는 오늘 말한 것을 내일 다르게 말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정책으로 세계 경제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올해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치적 변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럽이 리스크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는 호황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국 입장에서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게 호재는 아니다. 미국의 경제성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면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고, 각종 토목사업을 일으키면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이민 제한 정책으로 임금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한 번 정도, 내년에 네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통상정책에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

“중국의 대응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중국 수출품에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맞서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양쪽 모두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올해는 안정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거나 중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회사에 제재를 가하는 등의 대응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받을 영향은.

“중국과 미국의 마찰은 긴밀한 교역관계로 엮인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경제에도 대형 악재다.”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나.

“전반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들도 외화 헤징(위험 대비) 비율을 높여야 한다.”

▷현 상황에서 유망한 투자처는.

“외국 통화 가운데 매력적인 투자처는 러시아 루블화다. 미국이나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아 무역전쟁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환율 약세가 예상되는 곳을 투자에 이용할 수도 있다. 아시아 통화를 대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민감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화폐가 가장 변동성이 크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돌려 말하면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 중에선 캐나다달러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면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