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작은 집만 '왕년의 집값' 뛰어넘었다
서울 강남권에서 아파트 평형에 따라 집주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용면적 59㎡ 이하 중소형은 2006~2007년 부동산시장 호황기의 최고가를 훌쩍 넘어선 반면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전고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대치동 ‘대치 아이파크’ 아파트 전용 59㎡ 시세는 9억9000만원으로 조사됐다. 2007년 7월 입주한 이 단지는 당시 매매가격이 7억3750만원 안팎이었다. 부동산시장 경기가 부침을 거듭했던 지난 10여년 동안에도 소형 평형은 2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전용 84㎡의 최근 매매가가 12억5000만~13억6000만원으로, 2007년 최고가(13억~14억6000만원)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용 119㎡는 현재 매매가격이 17억6000만원 안팎으로 20억원을 넘던 2007년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용 149㎡ 대형도 지난달 시세가 20억원으로 입주 시점(26억원)보다 5억원 이상 낮다.

2006년 입주한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용 84㎡는 최근 2~3년간 많이 반등한 반면 전용 119㎡는 소폭 올라 두 평형대의 집값 차이가 500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 인근 명가공인의 김인성 대표는 “전용 119㎡는 동과 층, 조망에 따라 14억~18억5000만원대의 매물이 나와 있는데 전용 84㎡는 13억~14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어 중대형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물건도 많다”고 전했다.

입주 당시 35억원에 달하던 176㎡의 현재 매매가격도 23억~24억원에 불과하다. 2000년대 중반엔 수요자들이 중대형을 선호했지만 최근엔 중소형이 가장 인기가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중대형의 오름폭이 소형의 오름폭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은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더 두드러진다. 강남권에선 중소형 주택 매매가격이 10억원 안팎에 달하는 등 총액 자체가 큰 까닭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강남권에선 중대형 매매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해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쉬운 중소형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소형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