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뉴스] "혹한 테스트 통과해야 완성차"…설원으로 모이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매년 겨울이 되면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는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혹한 지역을 찾는다. 회사가 개발한 부품과 차량의 주행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업체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천연 주행장으로 사용한다. 눈으로 뒤덮인 설원은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스노트랙(snow track)이 된다.

완성차 업체는 새롭게 선보일 신규 차종의 겨울철 주행능력을 검증하고, 부품 업체들은 신규 개발품을 완성차에 장착해 성능과 내구성을 시험한다.

설원에서 이뤄지는 주요 시험은 제동 및 조향 관련 부품이다. 영하 40도를 밑도는 온도에서 최대 1m 두께로 얼어버리는 미끄러운 빙판 코스와 스노트랙은 극한 상황에서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자동차에 전자장비가 많이 적용되면서 이에 대한 신뢰성 테스트도 중요해지고 있다. 전장품은 전기전자로 제어되는 부품을 의미한다. 오디오, 내비게이션은 물론 스마트크루컨트롤, 차선이탈방지 등의 첨단운전자보조지원시스템까지 포함된다. 전장품은 기계적 부품보다 온도에 더 민감한 탓에 극한의 온도에서 기능 및 성능 검증이 필수적이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스웨덴과 중국, 뉴질랜드 등 세 곳의 동계시험장에서 양산 및 선행 개발 부품에 대한 성능 검증과 신뢰성 평가를 한다. 한국 기준으로 스웨덴과 중국에서는 겨울철에, 뉴질랜드에서는 여름철에 동계테스트를 한다.

동계테스트 현장에서는 전자식브레이크(MEB), 전자식주차브레이크(EPB) 등 전자제동부품과 전자식조향장치(MDPS), 첨단운전자보조(DAS) 등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제동, 조향 등의 핵심 부품에 대한 고강도 성능 평가가 이뤄진다.

시험장은 육상트랙과 호수트랙으로 나뉜다. 대부분 설원에 펼쳐진 눈길이나 빙판길로 보면 된다. 육상에는 핸들링, 경사로, 도심주택로, 비대칭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용 험로 코스 등을 설치해 제동 안전성, 등판능력, 언덕밀림지지 같은 성능을 평가한다. 호수트랙에도 직선로와 원선회로, 핸들링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을 마련해 두고 극한의 상황에서 차량이 제동 및 조향 능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발휘하는지 평가한다.

테스트 현장에는 완성차 관계자들이 참여해 합동 평가를 하는데 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가 2015년 11월 국내 최초,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iMEB는 양산 적용에 대비해 실차 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DAS 기술도 혹한의 악조건에서 평가한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는 운전자 부주의 시 센서로 전방 차량을 감지해 차량을 긴급 제어하는 장치인데 불빛에 의한 난반사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오작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눈보라 및 눈이나 빙판에 의한 난반사 등으로 센서 인식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빙판길 같은 겨울철 도로 상황에서는 제동이나 차량 제어 성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동계 시험을 통해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AEB의 작동 성능을 검증하고 오작동 시에도 운전자 안전을 위해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평가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동계테스트 현장에 투입되는 직원은 극한의 환경에서 실차 평가를 해야 하는 만큼 고난도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드라이빙 스쿨을 열어 담당 연구원들의 운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연구원들은 드라이빙 스쿨에서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슬라럼 주행, S자 및 8자 코스를 통과하는 짐카나 주행 등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이수해야 실차 평가 자격을 얻는다.

자료 제공: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