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와 2월 인사철을 앞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무척 분주하다. 온 나라를 집어삼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법원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원래 새해를 맞은 법원의 겨울은 한적한 편이다. 2주간의 휴정기가 끝나면 설 연휴가 시작되고 연휴가 끝나면 곧이어 법관 인사이동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법관 이동을 앞두고 있으면 그 사이에 재판을 끝내기 어려우니 후임 재판부에 재판을 넘기는 관행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판사들은 얘기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연이은 사회적 이슈와 그에 따른 최순실 관련 재판으로 법원이 예년과 다르게 매우 분주하다”고 최근 법원 풍경을 전했다. 이어 “몇몇 판사들은 쏟아지는 ‘일폭탄’을 맞아 평일,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일에 매달려 산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순실 관련 재판을 전담하고 있다시피 한 형사합의22부의 김세윤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와 배석판사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도 이틀에 한 번꼴로 재판을 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에 감돌고 있는 ‘긴장감’ 역시 강도가 만만찮다. 한 부장판사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은 부담스러운 대중의 관심도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법원에서 공보판사를 지낸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런 비상시국에는 중요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게 배당될 사건이 다른 판사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모든 법원의 손길이 달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판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취재진으로 법원이 북적이는 광경 또한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는 법원행정처의 한 판사는 “원래 연초 겨울은 밀린 업무를 정리하고 한 해 계획을 세우는 ‘호흡을 가다듬는 시기’라는 인식이 많았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