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대내외적으로 악화돼가는 경제 여건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북돋우겠다는 대선주자는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인세율을 8%포인트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22%에서 3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법인세 인상 공약을 내놓은 이유다. 이 시장은 아동, 청소년, 노인 등 국민의 절반이 넘는 2800만명에게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시장도 기본소득제 공약을 내놨다. 유 의원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세금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고 법인세도 예외가 아니다”며 법인세 인상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효세율은 올려야 한다는 쪽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부산 상공인 간담회에서 “대기업에 집중되는 특혜적 조세 감면 제도를 고치면 실효세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추가 세수 확대가 불가피하면 명목세율을 올릴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대기업에 한해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남 지사는 최근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축소해 연간 6조6000억원씩 세수를 늘려 7조원을 사병 처우 개선에 쓰자”고 제안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대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3일 KBS 토론에서 “한국 재벌의 80%는 상속을 통한 것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박탈감을 준다”며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로 계열사 간 연결고리를 갖는 것 등은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