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경제 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수출과 내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경제 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수출과 내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100조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성장펀드를 조성하자”고 24일 제안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또 “강력한 중소기업 정책 추진을 위해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인 중소기업부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하는 작업을 늦춰선 안 된다”고도 했다.

◆“대기업에 쏠린 금융자금 개선”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선이 있는 해에 중소기업 정책과제를 발굴해 발표한다. 대선 주자들에게 중소기업 상황을 설명하고 공약에도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박 회장이 들고나온 표어는 “바른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박 회장은 성장과 전통 제조업, 수출, 대기업 등을 ‘과거 지향적 단어’로 규정했다. 앞으론 고용과 서비스·신산업, 내수, 중소기업 등이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경제 구조를 혁신해 모든 경제 주체가 공정한 기회를 갖는 게 바른시장경제”라고 설명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청, 중소기업부로 승격해야"
구체적 아젠다와 핵심과제도 발표했다. “중소기업에 불리한 금융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대기업에 금융자금이 쏠린 탓에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자금이나 창업에 돈 몇 푼 지원한다고 될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중소·벤처기업 성장펀드 100조원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조선 해운 등 부실 대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한정된 금융자원을 벤처·중소기업에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기업부 설립도 제안했다. KOTRA 생산기술연구원 등을 이관해 중소기업부를 만들고 관련 정책을 총괄케 하자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노동개혁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는데 중소기업 상당수가 120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지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법제화 △대·중소기업 상생 일자리 기금 조성 △제조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 △소상공인의 사회 안전망 강화 등도 핵심과제로 언급했다.

◆“대선 주자들 경제공약 평가”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번에 공개한 아젠다와 핵심과제는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부 설립이나 노동시장 개혁 등은 과거에도 줄곧 건의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이번엔 다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을 평가하고, 이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도 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약을 평가한 뒤 특정 대선 주자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조아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