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위해 세대교체 필요"…파괴력은 미지수

조기대선 전망 속에서 후끈 달아오른 대선판에 '50대 기수론'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연령 자체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아니지만, 적폐에 찌든 구(舊) 정치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해나가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게 50대 기수론의 핵심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허리 세대라고 할 수 있는 50대가 시대적 역할을 맡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는 게 50대 여야 주자들의 목소리다.

공교롭게도 야권과 범보수 진영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73) 전 유엔사무총장, 그리고 박원순(61) 서울시장 정도를 빼고 나머지 여야 후발주자 대부분은 5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야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55세,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나란히 1964년생으로 53세 동갑이며 민주당 김부겸(59) 의원도 있다.

여권 잠룡 중에서는 바른정당 유승민(59) 의원과 남경필(52) 경기도지사, 원희룡(53) 제주도지사 등이 50대다.

이들은 저마다 이번 대선에서 50대가 해낼 수 있는 시대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선두군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을 해야 할 세대가 그 시대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며 "그런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불행은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이 깨져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50대가 우리 시대의 가장 고통받는 문제에 대해 가장 근접한 세대가 아닌가"라며 "50대 기수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지금 위기 상황을 더 빨리,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여야 양당에 소속된 안 지사와 김 의원, 남 지사 등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주도하는 민간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에서 활동하며 의기투합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 모임 참석자들은 여야가 대립하는 정쟁의 시대를 끝내고 국가과제 해결을 위해 정파를 뛰어넘어 토론하고 합의된 대안을 제시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안 지사와 남 지사는 청와대·대법원·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옮기자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지방 분권 분야에서 여야를 뛰어넘어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런 '50대 기수론'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확고한 1~2위의 위치를 점한 가운데 '활주로가 짧은' 조기대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후발 주자들이 50대 기수론을 앞세워 상승세를 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이은 대통령 탄핵 사태가 대선판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론'이 시대적 화두로서 유권자들에게 먹힐지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50대 기수론이 대선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는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적폐청산과 함께 정국 불안에 따른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리더십이 주목받는 상황이어서 세대교체론이 키워드로 먹힐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슬기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