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난골 해법…대우조선의 '궁여지책'
대우조선해양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에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인도대금 10억달러의 수령 시기를 늦춰주겠다고 제시했다. 또 10억달러 중 1억7500만달러는 드릴십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지분으로 받겠다고 물러섰다.

소난골로부터 인도대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이 같은 ‘궁여지책’을 마련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이 같은 방안을 최후통첩으로 제시했고 이 방안이 무산되면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조선이 2013년 수주한 소난골 드릴십 두 척은 작년 6~7월이 인도 예정일이었다. 계약금 2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인도대금(10억달러)은 인도 시 한꺼번에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장기간 저유가로 소난골이 경영난을 겪고 앙골라도 작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아직 인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해 채권단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대우조선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우조선은 미국계 밀스타인법률사무소 자문으로 소난골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드릴십 인도대금 8억2500만달러(약 9700억원)를 3회에 걸쳐 나눠 받겠다고 했다. 소난골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수령 시기는 올해 1분기와 3분기, 내년 상반기다.

10억달러 중 나머지 1억7500만달러는 주식으로 받겠다는 것이 대우조선의 의견이다. 소난골과 대우조선이 드릴십 소유를 위한 SPC를 설립하고 소난골이 60%, 대우조선이 40%의 지분을 갖자는 제안이다. 대우조선이 SPC에 드릴십을 넘기면 SPC는 드릴십을 다른 선사에 빌려주면서 용선료(선박 임대료)를 받는다. 하루 용선료는 약 50만달러 수준으로 대우조선은 주주로서 용선료 수입에 따른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소난골 드릴십을 운영할 글로벌 선사를 뽑기 위해 최근 예비입찰을 했고 5~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보증을 받고 세계 금융회사로부터 신디케이션론(집단 대출)을 받아 인도대금을 마련한다. 이는 소난골을 거쳐 대우조선에 전달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소난골에 이런 안을 제시했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지분율, 분할 납부 금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소난골과 무보의 결단이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소난골 인도대금을 받는 데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드릴십의 시가는 4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채권단 지원금 7000억원으로 자금 미스매칭(수급 불일치)을 겨우 해소하고 있는 대우조선으로선 상당한 유동성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협상에 실패하면 드릴십 인도를 포기하고 국제 중재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며 “인도를 못할 경우 대우조선과 앙골라 정부 모두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