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오바마 지우기’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전 국민 의무 의료보험) 부담을 줄이는 행정명령과 전 부처에 규제 동결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두 개의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집권 100일 구상’에서 취임 첫날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에 포함돼 있다.

오바마케어 관련 행정명령은 모든 연방기관이 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불필요한 경비와 규제 부담 등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케어를 즉시 폐지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폐지 공약 실천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케어는 2014년 시행 후 1800만명의 미국인이 새로 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보고 있지만 내년부터 보험료가 평균 25% 오르는 등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폐지(repeal)하고 대체(replace)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도를 폐지하면 당장 2000만명 가까운 미국인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반발이 심한 데다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아 폐지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정부기관의 규제 동결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아직 관보에 실리지 않은 규제의 시행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쏟아낸 규제들을 백지화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취임 첫날 발표하기로 한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 전면조사 지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또는 탈퇴 조치 등은 일단 보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문제와 관련해 “먼저 대화해볼 것”이라며 “중국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게 테이블에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21일 정부 부처 중 중앙정보국(CIA)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그는 “CIA가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직의 하나라고 믿는다”며 “1000%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가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밝히고 자신의 사생활에 관한 ‘트럼프 X파일’을 유출한 배후라고 의심하는 등 CIA와 갈등을 빚어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