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는 지적에 따라 구속된 전 해군참모총장과 많은 장교가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풀려났다. 무리한 수사로 받은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손실, 사회적 냉대,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 방위사업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방위사업 담당자들은 더 나은 장비를 보다 적은 비용으로 일정에 맞춰 획득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지금 방위사업은 ‘법’이 수행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있다. 검찰, 감사원, 방위사업 감독관, 옴부즈맨, 방산비리 합동수사단 등이 눈을 부릅뜨고 층층시하로 감시하고 있다. 감시카메라 수십 대가 찍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어떻게 소신있는 사업 수행이 가능하겠는가.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법과 규정대로만 하면 된다. 규정에 없으면 안 하고 규정이 모호하면 법률가에게 물어본 뒤 시행한다. 예산이 더 들고 일정이 늦어져도 상관없다.

필자가 방위사업청 팀장 시절 대포병 탐지레이더 해외구매사업을 담당하면서 외국 현지에서 수락시험을 하게 됐다. 25㎞, 30㎞, 38㎞, 50㎞별로 장소를 옮겨가며 추적시험을 하는데 25㎞에서만 불합격이 발생했다. 참석한 평가단 모두가 규정에 따라 일단 철수하고 차후에 다시 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면 비용과 시간이 낭비된다. 고민 끝에 시험 일정을 연기하면서 장소를 바꿔 시험하니 합격이었다. 그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이라 결행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면 업체와 결탁했다고 구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비리는 철저히 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법의 틀 속에 가두면 안된다. 뭐하러 예산을 쓰면서 공무원을 두는가! 방위사업 담당자가 소신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때 방위산업이 발전하고 국방이 튼튼해질 것이다.

나성후 <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 >